4장에서는 자유시장은 과연 공정할까? 그리고 그 자유시장에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숙고해보고자 한다. 우선 자유시장은 정말 모든 이들에게 공정할까?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간의 선택이 겉으로는 자유롭고 공정해 보이지만 좀 더 깊이 살펴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돈으로 매매가 되어서는 안 되는 생명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논의해 보자.
첫 번째로 모든 국가가 유지하고 있는 군대는 징집과 고용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벌어졌을 때 북군은 전쟁 초반의 열세로 인해 부족한 군인을 충당하기 위해 징병법을 발의해서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대신 복무할 수 있게 하였다. 죽을 수도 있는 전쟁에 참가하지 않으려는 돈 있는 사람들은 신문에 광고를 냈고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받고 대신 전쟁에 나가게 되었다. 여론이 악화되고 고용비용이 급증하자 국가가 개입해서 정부에 300달러를 내면 병역을 면제해 주는 법을 시행했다. 그러자 한 사람의 목숨 값을 정부가 300달러로 정하는 것에 분노한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북군은 20만 명 정도가 징집대상자였는데 8만 7000명이 정부에 300달러를 내고 입대하지 않았고 7만 4000명이 대리인을 고용했으며 실제 징집은 4만 6000명에 그쳤다.
국가의 재산과 국민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군대는 필수적인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면 징병제가 옳은가? 아니면 현재 미국처럼 자원병제가 좋은가? 군입대를 강제하는 것보다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자원병제가 공정해 보일 수 있지만 문제가 있다. 우선 군대가 자원하는 개인에게 급여와 복리후생을 충분히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세금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자원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안이 없는 이들의 할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미국의 현실을 살펴보면 자원 군은 이름처럼 자발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자원군 중 대다수가 저소득층에서 중간 소득층의 젊은이들이었고 정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이들도 25%나 되었다. 대학 교육을 받은 자원군은 6.5%에 불과했다. 이것으로 보아 군에 자원한 이들은 다른 여러 직업들 중에서 충분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군입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직업들을 선택할 수 없어서 강요당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가난으로 인해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가 없는 이들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완벽한 평등이 구현되는 사회가 비현실적이라고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군 복무는 여러 직업 중의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무로 봐야 한다. 모든 국민은 나라에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부족한 군인을 채우기 위해 이주민을 상대로 많은 혜택을 주면서 모집하고 있다. 이주민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높은 보수와 미국 시민권 조기 발급 등의 큰 혜택을 주어 약 3만 명의 외국인이 복무 중이다. 힘든 직업이나 위험한 일을 회피하는 자국민들을 대신해서 노동 현장에 투입되는 외국인들과 다를 바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동시장의 원리를 수용해야 하는가?
또 하나의 논쟁을 살펴보자. 수입이 높은 한 부부가 자녀를 가지지 못하자 대리 출산을 의뢰하게 되었다. 대리모는 상당한 돈을 받고 인공수정을 거쳐 임신한 뒤 출산과 동시에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사라져 주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난자와 결합하여 탄생한 생명체를 9개월 넘게 품고 키우다 보니 애착이 생겼고 아이를 낳자마자 도주하게 되었다. 결국 경찰에 붙잡혀서 양육권 분쟁에 휘말렸는데 법원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계약이 우선인가? 아니면 생명은 거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계약이 무효라고 판정해야 하는가?
남성은 자신의 정자를 자유롭게 시장에 판매할 수 있기에 여성 역시 자신의 난자를 판매할 수 있어야 하기에 대리모 출산은 계약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위 법정 분쟁의 판결에서는 대리모가 낳은 아이에 대해 양육권을 가진다고 하였다. 이유는 자녀를 임신하고 낳을 때까지의 기간 동안 아이와 어느 정도의 유대감이 발생하게 되는지 그 어떤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리모는 계약 당시 좀 더 신중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생계의 위협을 받는 여성들이 목돈의 제안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을 고려한 판결이었다.
그렇다면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난임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체외수정하여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성장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난자, 자궁, 어머니가 하나로 연결되는 기존 방식을 탈피해 한 생명체를 대신 키워 출산만 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인도의 한 병원은 대리모와 출산 시설을 갖춰놓고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대리모들은 임신이라는 노동과 출산이라는 고통을 제공하는 1년 남짓 되는 수고로 15년 연봉을 일시불로 받는다.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선택지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여성의 몸이 출산 기능을 발휘하는 도구로 전락되어 버리는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자유시장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이 세상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존재는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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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구 곳곳으로 흩어져 정착하며 확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생명체도 이루지 못한 대규모의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어떤 면에서는 분명 우월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는 역사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런 역사 속에서 인류는 무언가 다른 존재인 것 같았고 다른 존재이길 원했고 다른 존재이어만 했습니다. 급기야 신의 자녀라는 위치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랬던 인류가 점점 스스로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뇌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우주를 조금씩 알아가고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아가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연약함과 부족함을 채워줄 기술과 기계들이 현실화되면서 호모 사피엔스인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인간의 모든 생각과 마음을 주관하는 영혼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뇌의 화학반응과 신경들의 상호작용으로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현대의 시대에 우리는 우리를 어떤 존재로 인식해야 할까요?
우주라는 공간에서 지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우주가 움찔거리기라도 할까요? 어쩌면 수없이 많은 행성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생명체들이 생겼다가 사라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얼마나 많이 발생할지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지 않으면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여겨지게 되기에 법과 종교의 힘을 빌어서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왔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기에...
그런데 우리의 호기심과 학습능력, 경제적 이익의 욕심은 우리가 그저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질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이해가 달라진 상황과 경제적인 이익이라면 그 어떤 가치보다 높게 판단하는 인간의 본능이 주름잡는 시대에 돈을 받고 대신 전투에 참여하는 것과 출산을 대신해 주는 것에 대한 논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인지 생각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곧 먹을 것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먹지 못하면 죽는 존재인 인간이 생존을 강하게 갈망하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니 가난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 어떻게 행동할지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할 것입니다. 자신의 생명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들의 한계가 조금 다를 뿐 모든 인간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경제적인 걱정 없는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충분한 교육을 지원받으며 성장해 어른이 되고 안락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직업을 얻고 재산도 제법 많이 물려받는 사람이 범죄의 유혹이나 자신의 신체의 일부 자신을 판매하려고 하거나 자신의 목숨을 담보하는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여기서 범죄의 유혹은 청부살인이나 불법적인 일로 돈을 버는 것을 말한다. 사기, 도박, 마약 등 오히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쉽게 빠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는 일을 인간이 하지 않으려면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구라는 환경과 너무나도 다양한 지역적인 특징들, 그리고 서로 다른 가치관과 종교를 가진 인류에게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구에서 인간이 생존 가능한 날까지... 혹은 인간이 우주에서 생존하는 그날까지... 숙명처럼 함께 할 논쟁과 분쟁... 자연스럽게 수용하여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안고 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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