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모든 책의 기본은 저자를 알아보는 것이다. 누가 썼느냐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티븐을 직접 만나보지 못했기에 그의 단순한 삶의 여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쉽지만 우린 대부분 이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 우연히, 혹은 지인을 통해 만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직접 공부해서 유학을 가서 만날 기회를 얻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몇 줄 안 되는 발자취로 최대한 추론을 해보자.
이 책의 저자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깊이 보이는 것은 이 책이 가진 무게감 때문이다. 50명에 이르는 철학-사상가들을 다루었는데 사실 우리는 1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기에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이들을 정리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1명씩 아주 짧게 요약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요약했는지 궁금하고 의문이 든다.
스티븐 트롬블리는 1954년 미국 출생이며 뉴욕주립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노팅엄대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뉴욕주립대 영문과, 영국 노팅엄대학교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어느 정도 학습능력을 소유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버지니아 울프의 정신세계를 조명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훌륭하게 썼는지 책으로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후 철학, 문학, 건축, 심리, 영화, 방송 등을 두루 섭렵하며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저명한 역사학자인 앨런 블룩과 공동집필한 "현대사상사전"은 극찬을 받았다. 영화제작자로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넘치는 끼를 마음껏 펼치며 산 것 같다.
진지하게 철학만을 평생 연구한 사람은 아니지만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그만의 탁월한 관점으로 50명의 철학자를 정리한 이 책은 서양철학자들과 철학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는 정도로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그의 특별했던 논문과 집필들의 결과를 봤을 때 어쩌면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인사이트를 제공해 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처럼 한 사람이 자신의 관점과 역량을 총동원해서 엮어내는 큰 흐름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 서문 *
영국의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화이트헤드의 말처럼 유럽의 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각주일까? 중세를 지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유럽에 다시 퍼졌고 근대 철학은 임마누엘 칸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까?
칸트에게 철학이란 계시가 아니라 사유를 통해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지적 성숙의 시대에 도달한 인간을 다루는 학문으로 인식되었다. 칸트는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유럽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기독교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던 인물이다. 이 책이 칸트 이후의 철학자들을 소개하기 때문에 칸트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칸트는 많은 책을 내지 않았지만 1781년에 출간한 "순수 이성 비판", 1788년에 출간한 "실천 이성 비판", 1790년에 선보인 "판단력 비판"은 근대철학의 서막을 알렸다.
칸트 철학에서 가장 영속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는 정언명법이 담겨 있는 윤리학이다. 정언명법에 따르면 내가 선택한 행동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 법칙이 되도록 행동해야만 한다. 그리고 공리주의와 같은 결과론적 윤리에는 반대하였다. 공리적 윤리학에서 가장 옳은 행위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선을 부여해 주는 것으로 계산적이고 동물적인 최상의 결과를 추구하는 것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인간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20세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세계는 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17세기 영국 시민전쟁, 18세기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 전쟁이 벌어지며 신권에 의한 왕의 통치가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또한 신분의 차별도 사라지며 전혀 다른 사회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미지의 세계로 부를 찾아 모험을 떠난 유럽국가들이 식민지를 개척하며 막대한 부를 얻기 시작했고 신기술의 발전에 힘을 불어넣어 산업 혁명이 초래되었다.
신분제도는 사라졌지만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는 사회현상이 인류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공장이 제공하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들어 대도시를 형성시켰고 공장을 운영하는 자본가들은 이윤창출에만 전념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의 노동에 힘든 삶을 벗어날 수 없었고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는 전염병과 범죄가 자주 발생했다. 새롭게 등장한 최상류층인 자본가 계급, 관리자의 중간 계급, 착취당하는 노동자 계급은 사회의 큰 이슈이자 문제였고 이에 철학이 응답했다. 바로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사회주의 혁명이었다. 사회주의는 막스 베버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20세기를 지배한 정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은 사회주의를 채택해서 실행하여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켰고 소련이라는 사회주의 국가를 세웠다. 소련의 두 번째 지도자 스탈린은 2천만 명이라는 놀라운 희생을 감수하면서 권력으로 대중을 찍어 눌렀다. 독일에서도 나치 이데올로기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품었다. 그 야욕이 일으킨 세계 대전은 전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었고 이에 대해 에디트 슈타인, 한나 아렌트, 카를 야스퍼스, 디트리히 본회퍼 등이 반대의 주장을 펼치며 저항했다.
20세기 대혼란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기 시작한 점은 사려깊이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독일의 유대인 핍박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아인슈타인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가지게 되었으며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물리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의 로켓 개발은 미국이 달에 최초로 사람을 보낸 국가로 만들었다. 물리학자들은 세계를 확대하고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밝히려고 노력하였고 생물학자와 유전학자들은 내부 세계로 시선을 집중했다. 또한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인간의 탄생에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DNA라는 생명의 구성 요소를 알아내어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는데 이르렀다. 천문학은 우주의 지평을 넓혀 갔으며 심리학은 인간 행동에서 무의식의 역할을 밝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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