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월드컵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2002년 한국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모로코, 과연 결승으로 향할 수 있을까? 프랑스의 창이냐 모로코의 방패냐. 4강은 유럽과 남미의 잔치였다. 그 잔치에 초대된 다른 대륙의 나라는 두 나라뿐이었다. 미국과 한국, 이제 세 나라가 되었다. 모로코까지... 정말 한국이 대단한 역사를 썼구나 싶다. 다시 한 번 놀란다.
프랑스 또한 엄청난 역사에 도전한다. 월드컵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역사, 연속 우승이라는 역사. 이 역사를 잠시 보면 초기 2회 3회 우승한 이탈리아가 있었지만 이때에는 참가국도 적었고 워낙 축구실력의 격차가 심했기에 큰 의미를 부여해 주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다. 6회와 7회 브라질이 연속 우승을 했다. 이때에도 세계 축구의 격차가 워낙 커서...
그 이후 11회, 13회 아르헨티나가 우승했지만 연속 우승은 아니었고 94년 브라질 우승, 98년 브라질 준우승, 2002년 브라질 우승이 가장 근접한 결과였다. 이번 대회 프랑스가 우승한다면 축구 역사상 가장 높게 평가할 만한 연속 대회 우승이 아닐까 생각한다. 98년 지단의 헤딩슛만 막았더라면 브라질은 전무후무한 3연속 대회 우승을 했을 텐데... 그 순간이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가 벌써 24년 전이라니... 정말 인생 짧다. 아무런 사고나 별일 없어야 월드컵 20에서 25회 정도 볼 수 있는가? 그중 한 대회를 보고 있고 끝나간다.
모로코는 언제 다시 4강에 올라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편견이 될 수 있겠지만 모로코가 앞으로 축구 강국으로서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 우승을 목표로 하는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면 모로코로서는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모로코 국민들은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정말 너무나 잘 싸웠지만 이운재가 막은 공이 하필 발락의 발로 왜 전달이 되어서.... 만약 그 공이 한국 수비수로 향했다면 연장전, 승부차기로 가서 기적이 일어났을 지도... 한국은 2002년 대회에서 연장전과 승부차기에서 진 적이 없었기에 부담은 독일에게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모로코, 과연 한국과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멋지게 승리할까? 아니면 아쉬움보다 완벽한 패배로 격려의 박수를 보내게 될까? 100년의 찬스라고 생각하면 그 간절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 경기가 시작되었다. 선수들은 처음에만 떨리지 경기가 시작되고 집중하게 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지켜보는 이들이 더 긴장하고 가슴 졸이며 보게 된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국가대표까지는 아니었지만 동네 대표, 과대표, 군대에서 대표로 뛰어봤으니까~~~ 아무리 작은 대회라도 선수들의 마음은 비슷하다. 뛰어본 사람은 공감하리라. 보는 사람은 그런 실수를 왜 하냐며 의아해 하지만 선수는 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가 있다. ㅎㅎㅎ
오늘은 한국과 너무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모로코의 경기라서 경기 외적인 이야기가 많아지네. 모로코는 역시 방패전략을 세우고 나왔다. 수비에 5명을 두고 프랑스를 막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한 방이 너무 일찍 터졌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에르난데스의 공중 발차기 슛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약간의 운이 따르는 골이었다. 모로코의 수비수들이 육탄방어를 했고 수비수 맞고 굴절된 공이 에르난데스에게로 향했다. 아르헨티나도 이상하게 흐르는 공이나 굴절된 공이 자석처럼 따라붙었는데... 오늘 프랑스도 그런 건가?
모로코는 지면 끝이기에 수비에서 공격 포메이션으로 바꾸었다. 역시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이 정확히 맞았다. 이때부터 모로코는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거기에 너무 일찍 수비에 치중하는 프랑스. 프랑스가 수비에 치중하다보니 모로코는 더 편하게 공격의 주도권을 가지고 경기를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찬스는 있었지만 골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후반전, 모로코는 더욱 한 골이 간절해졌다. 프랑스는 매서운 역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1골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보니 모로코가 경기의 주도권을 가지고 계속 프랑스를 위협했다. 모로코 선수들의 기량도 상당했다. 운만으로 4강에 올라온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날카로운 패스 능력, 볼을 간수하고 빼앗기더라도 빠르게 분위기를 잡아오는 것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모로코를 응원하게 되었다.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도 없이 팀이 하나가 되어 몸을 사리지 않고 뛰는 모습은 2002년 한국의 모습이었다. 보는 내내 가슴이 설레었고 모로코를 더 간절히 응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찬스에서 결정을 지어줄 선수의 부재는 눈물 나게 아쉬웠다. 거의 골 직전까지 얼마나 여러 차례 도달했던가.... 그리고 운도 이렇게까지 안 따라줄 수가 있는가? 프랑스 수비들이 우왕좌왕 허둥대는 모습 속에서도 프랑스처럼 상대 수비수 맞고 우리 팀 공격수에게로 흐르는 공이 하나 없었다.
반면 프랑스는 음바페가 수비수를 흔들기는 했으나 그가 날린 슛이 수비수의 다리를 맞고 프랑스 무아니의 빈 공간으로 흘렀다. 무아니는 교체해 들어가 처음 공을 발에 대었는데 그게 골이었다. 그것도 거의 주워 먹는 수준으로 쉬운 슛으로... 이게 무슨 일인가? 축구란 이런 것인가? 이렇게 많은 찬스도 골로 연결되지 않기도 하고 처음 공을 차보는 기회가 골로 연결되기도 하는 것이 축구인가? 인생이 참 야속하다는데 그와 같다. 아무리 실력 있고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안 되려면 어떻게든 안 되고 운이 따르는 사람은 참 쉽게도 목표를 이루고 이익을 챙긴다.
이렇게 축구가 인생 같아서 세계인들이 이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결국 프랑스는 최고의 역사를 쓰기 위해 결승으로 향했고 모로코는 크로아티아와 3,4위 전을 남겨두게 되었다. 3,4위 전에서 한국처럼 뼈아픈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홍명보의 실수라 더욱 믿을 수 없었지만 그 실수로 3:2 패배. 3위만 했어도 일본 심장인 도쿄 경기장에 매달을 수여 받으러 시상대에 올라설 수 있었는데.... 그 장면을 놓친 것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크로아티아를 응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모로코 입장에서 ^^ 크로아티아는 지난 대회 준우승까지 하지 않았는가? ㅎㅎㅎ 모드리치를 응원하는 팬으로서 크로아티아가 3위를 해도 상관은 없다.
이제 수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월드컵은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성공적인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흥행카드로는 아쉬울 것이 없는 두 팀, 프랑스의 새로운 역사VS 메시의 마지막 한, 설렘으로는 극강의 조합이다. 이래서 이변도 좋지만 가끔 일어나야 하고 결국 실력 있는 팀이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은 정말 행복을 많이 선사한 월드컵이 되는 것 같다. 한국의 기적을 보았고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등 이변의 아쉬움도 남았지만 결승은 누가 뭐래도 최강의 설렘을 안겨주는 두 팀의 대결 성사.... 보너스로 2002년을 회상하게 된 모로코의 출현.
앞으로 나의 인생에 남은 월드컵은 몇 회일까? 그 소중한 몇 회 중 이번 대회는 정말 행복하게 경험하고 있다.
결승전.... 잠 못이루는 것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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