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ologue
김혜남
우선 그의 삶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친언니를 교통사고로 잃는 슬픔을 겪었다.
몇 년 방황을 했지만 잘 견뎌내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국립정신병원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활동했다.
그때 경희대, 성균관대, 인제대학교 의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서울대학교 의대에 초빙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녀는 80만 부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저술했으며 이외에도
10여 권의 책을 썼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며 사는 주부로서의 삶도 병행했다.
결혼 후 슬픔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첫 아이를 응급실 근무도중 유산하게 되는 일도 겪어야 했다.
그러다 2001년 그의 나이 43세에 개인 병원을 차리고 자신의 꿈을 펼쳐보려고 시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에 걸려 병마와 씨름하게 된다. 자신에게 찾아온 불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억울했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세상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남은 삶을 그렇게 원망만 하며 보내는 것은 더욱 슬픈 선택이 될 것 같았다. 그녀는 일어났고 하루, 또 하루를 살아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삶을 잠시 돌아봤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녀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지 못한다. 인간의 정체성을 더욱 명확하게 밝혀주는 그녀의 성격, 성품 등은 책을 읽어나가며 들여다보도록 하자. 어쨌든 한 여인이 삶의 어려운 역경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 결국 어떤 의미 있는 것들을 깨닫고 느꼈는지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담아냈을 것이다.
우주의 시스템이 참 유사하다. 한 별의 초신성 폭발로 또 다른 별들이 생성되고 한 생명체의 죽음을 통해 다른 여러 생명들이 태어나고 삶을 유지한다. 인간 역시 죽음을 통해 참으로 많은 지혜를 얻는다. 세상을 마무리 하는 자가 주는 마지막 선물, 혹은 죽음을 앞둔 자에게 우주가 주는 마지막 선물, 여전히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많은 이들에게 죽음을 앞둔 자는 깊은 울림과 희망, 영감을 선사한다.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 사람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나는 괜찮다. 병이 이미 내 건강의 많은 부분을 앗아 갔고 앞으로 지적 능력까지 빼앗아 갈지 모르지만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이니 걱정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조금도 되돌려 줄 힘이 없는 걱정으로 남은 삶을 낭비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
얼마나 놀랐을까? 2~30대에는 40대가 무척 어른처럼 느껴지겠지만 4~50년, 혹은 60년 이상의 삶을 산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직은 부족한 어른이다. 여러 역경을 이겨내려고 노력했고 성실하게 공부했으며 참으로 바쁜 삶을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치병은 정말 큰 충격을 줬을 것이다.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부정도 해보고 이해도 해보려고 발버둥 치지만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만 명확하게 확인한다. 아직은 삶을 마무리할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할 나이의 한 여인, 그리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낄 나이에 찾아온 슬픈 현실은 아주 평온하고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한다. 어쩌면 저자 역시 자신에게 닥친 슬픈 현실을 극복했다기보다 자신의 선택이 어떻든 아무 상관하지 않는 우주의 흐름에 순응한 것일 것이다.
그렇게 일어난 저자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으며 나름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무엇이든 잘해 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방치해 두었던 자신을 챙기며 살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의대에 입학하고 나름 목표를 이룬 이유가 바로 잘해 내려는 욕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 마음이 그녀의 삶을 지탱해온 힘이었을 텐데 이제 그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본다.
이제 그녀는 자신을 바쁘게 했던 의사일과 가사 일에서 해방되어 오롯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관심을 가질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 일들을 하고 싶은 마음은 희망이 되어 삶을 재미있게 만들었다. “어차피 사는 거 재미있게 살다 가면 좋지 아니한가.”
그렇다. 우주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아무리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소리쳐도 세포 속 전자 하나보다도 미미한 존재라는 것만 확인하게 된다. 그런 존재가 우주의 시간에 비교해 정말 찰나와 같은 시간동안 살다가 사라질 텐데... 행복하게 미소 짓는 일보다 소중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1. Chapter 1.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인생의 비밀
*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찾아올 때가 있다.
“파킨슨병입니다.”
나는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고 눈앞의 세상이 얼어붙었다. 택시를 탔는데 갑자기 설움의 눈물이 쏟아진 나는 모든 것을 잃는 아픔을 아무런 경고도 없이 겪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생산하는 뇌 조직의 손상으로 인해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며 몸이 굳고 행동이 느려지고 말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유명한 무하마드 알리, 로빈 윌리엄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이 병을 앓아서 많은 이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언니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가졌다가 다시 힘을 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그런 나에게 이런 병이 찾아온 것인지 의아하다.
나는 의사이기에 남들보다 더 이성적으로 나에게 닥친 현실을 수용할 줄 알았다. 지식이 아니라 인격과 성품, 그리고 깊은 인생에 대한 고찰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기에 그녀가 아무리 파킨슨병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지식은 오히려 자신의 변해가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는 역할을 해서 한 층 더 슬프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울감은 그녀를 잠시 무너뜨려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며 세상을 원망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깨달았다. 자신의 인생이 소중하다는 것을. 여러 힘든 상황들을 이겨내며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 이대로 쓰러진다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한 자신의 삶은 무엇이 되는가. 그래서 긍정적으로 모든 상황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스티븐 호킹이 걸린 루게릭병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참고로 파킨슨병과 루게릭병은 유사하지만 루게릭병이 훨씬 무서운 병입니다. 진단을 받으면 기대수명이 2~4년에 불과합니다. 몸이 점점 굳어가서 숨을 쉬지 못하게 되고 심장마저 멈추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치료방법도 아직 없습니다.
또한 도파민 분비 세포가 20%가 남아 있어서 노력에 따라 병의 진행 속도도 늦출 수 있다. 불편하지만 일상을 살아갈 수도 있다.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고 강의도 할 수 있었기에 집안일, 육아를 다시 시작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오히려 몸은 파킨슨병을 더욱 잘 견뎌내어 3년 정도 후에 바꿔야 할 다음 단계의 약을 12년 동안이나 늦출 수 있었다. 그 사이 책도 5권이나 썼으며 우울증도 경미했고 치매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원망과 억울함, 분노로 가득 차 세월을 보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예상도 못한 어려운 일이 닥쳐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 어떤 마음가짐을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남은 삶은 달라집니다. 2001년 2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난 후 그녀가 깨달은 삶의 진실입니다.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1987년 이스라엘 스쿼시 최연소 챔피언은 세계 챔피언의 목표를 위해 고된 훈련으로 몸을 혹사시켜 운동자체를 그만 두게 되었다. 그는 운동을 못하게 된 후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기에 공부도 그렇게 했다. 그 결과 하버드 대학교를 입학했지만 늘 불안하고 삶에 쫓기며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불행과 불안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고 심리학 교수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긍정 심리학을 가르치게 된다.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삶을 더 즐기며 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완벽함을 내려놓고
저자 역시 그런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완벽주의를 내려놓아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 같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입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그런 자리는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우린 태어남과 동시에 경쟁을 시작합니다. 그런 세상이기에 우린 그렇게 해야 합니다. 더 마음 아픈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받아야 할 현실이 지나치게 참혹합니다. 치열한 경쟁을 돌파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놀랍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노력은 필수입니다. 누구나 존중받으며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아갈 방법을 찾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가 당면한 사회구조가 전부입니다. 세상을 바꾸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나 짧기에 현재 절박한 사람들에게 좀 쉬면서 하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물론 완벽주의에 빠져 자신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람들, 소위 일중독에 걸린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고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도시인들의 삶, 우리 대부분은 살기 위해 대부분이 도시인이 되어 살아갑니다. 미래에 성취할 목표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돌아보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분들,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챙기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할 수 없이 경쟁을 해야 하지만 그 과정도 소중한 여러분의 인생이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좌절하지 말고 분명 또 다른 길을 찾아낼 것이기에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지나친 완벽주의자분들도 각자의 그렇게 살게 된 이유와 원인이 다르겠지만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은 마시고 조금씩 자신과 삶을 돌아보며 변화를 시도해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인간은 이미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연약하고 미미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입니다.
* 딱 한 발짝만 내디뎌볼 것
2014년 몸이 파킨슨병을 잘 견뎌내는 것에도 한계가 왔다. 병이 악화되어 한 번도 포기한 적 없는 병원을 내려놓고 제주도로 요양을 떠났다. 그런데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파킨슨병을 안고 혼자 갔다니... 그 사연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제주도의 여유로 잠시 호전되는가 싶었지만 병은 자비가 없습니다. 그저 본능대로 자신의 일을 진행 할 뿐입니다. 저자는 점점 힘든 상황에 내몰렸고 급기야 화장실 가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밧줄로 온몸을 꽁꽁 묶인 것 같은 몸을 어떻게든 뒤척여 화장실까지 가야 하는 사투를 매일 여러 번 벌여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1시 여느 때와 같이 소변 때문에 화장실을 가려는데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저만치 보이는 화장실을 비참하게 바라보며 이대로 소변을 봐야 하나 싶은 순간 ‘한 발짝’을 움직였다.
몇 걸음이면 닿을 화장실을 5분 넘게 걸려 도착했지만 이 얼마나 대단하고 다행스러운 일인가. 떨어져 있는 화장실을 봤을 때에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한 걸음 앞만 보니 갈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1초, 1분이 모아져서 완성됩니다. 산을 오를 때에도 한 걸음이 쌓이고 쌓여 정상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가야할 곳이 너무 멀어 보이시나요? 한 걸음에만 집중하시다 보면 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장도 한 글자. 한 문장씩 읽다보면 어느 새 끝 페이지에 이를 날이 오듯이 말입니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언니의 교통사고에 대한 후유증일까 운전면허조차 없이 살다가 차가 없이는 살기 불편해서 어렵게 도전을 했다. 그런데 운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운동신경도 나쁜 편이 아니라 잘 할 줄 알았습니다. 처음부터 무엇인가를 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처음은 서툴고 부족합니다. 그러니 실수를 했다고 해서 금방 좌절하고 주눅 들지 말고 배워 나가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시행착오는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살면서 이불 킥을 하는 실수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군대에서의 실수는 더 진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나름 신병교육대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포상휴가로 군 생활을 시작하고 부대에서도 인정받는 군 생활을 했지만 낯선 곳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위계질서, 그리고 처음 만져보는 각종 무기와 장비들은 아무리 빨리 습득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살아가면서 처음 시작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때마다 마치 바보가 된 것 같은 실수들을 합니다. 그런 실수들이 여러분을 포기하게 만들지는 말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무엇인가 목표한 것을 이루는 사람들을 연구한 내용이 생각납니다. 아이큐 등 인간의 능력이 비슷한데 한 그룹은 목표를 이루는 학생들이었고 다른 한 그룹은 그렇지 못한 학생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동일한 공간에 같은 양의 도미노를 쌓게 했는데 양쪽 모두 비슷하게 실수를 했다고 합니다. 제법 많이 쌓았다가 누군가에 의해 모두 넘어뜨려지고 몇 개 쌓다가도 넘어뜨리는 실수들이 비슷하게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학생들은 실수에 크게 실망을 하였고 급기야 잘못을 저지른 다른 학생을 비난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실수한 학생 때문에 속상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룬 학생들은 실수가 발생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으로 대처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실수한 학생을 위로하며 다시 하면 된다고 안심시켰습니다. 결국 한 그룹은 제법 많은 양의 도미노를 성공시켰고 다른 한 그룹은 끝내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이제 어떤 실수를 하시더라도 이런 긍정적인 태도로 대응하시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실수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과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실수는 가능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수는 나의 게으름과 안일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실수를 하게 되었을 때 더 큰 좌절감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을 위로해주고 용기를 심어주라는 것입니다. 분명 더 큰 성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실수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고 타인의 실수에 너그러운 태도를 가지길 진심으로 권합니다.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언니가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한 달 뒤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났고 그때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언니는 역사학자, 나는 의사가 되기로 했던 꿈을 반드시 이루고 싶었기에 악착같이 공부했다. 목표했던 의대에 합격했지만 그때서야 담아둔 슬픔이 폭발했다. 허무함에 빠져있을 때 사촌오빠의 조언이 위로가 되었다.
“최선이 안 되더라도 차선이 늘 있기에 인생은 끝까지 가 봐야 알게 되는 거야.” 어차피 살아야 할 인생이라면 잘 살고 싶었다. 그래서 6년 동안 치열하게 살았다.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기에 당연히 대학병원에 남아 전문의를 따고 대학교수가 되는 길을 예상했었다. 그런데 대학병원에 남을 수 없게 되었다. 잘난 줄 알았던 나는 실망감과 절망감에 빠졌다. 차선책으로 국립정신병원을 선택해 둘러보고 나오는데 툭 눈물이 떨어졌다. 내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비참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인생은 정말 살아 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약물 치료가 아닌 사이코드라마, 예술 치료, 정신분석 등을 골고루 접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대학병원에 남지 못했을 때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는데 이곳에 와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될 줄이야. 인생은 정말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저자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우주의 시선으로 보면 인간은 다 비슷한 미물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수준에서 보면 믿을 수 없는 능력을 가진 것 같은 이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낍니다. 제아무리 인간들 사이에서 뛰어난 능력을 과시하며 정상에 올라서 봐도 티끌만한 먼지보다 작은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므로 목표에 못 미쳤다고 해서 실망할 것 없으며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이들이 많으니 최선을 다한 과정을 성실히 해낸 자신을 충분히 격려해줘도 됩니다. 그리고 늘 인생은 우리에게 우리가 보지 못한 선물을 준비해 두기도 합니다. 전화위복, 수많은 세월에 걸쳐 인간이 터득한 인생의 법칙 아닐까요?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힘들고 지칠 때가 있으며 그땐 세상이 나를 외면한 것 같고 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자신이 있으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이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니 힘을 내시기를 바랍니다.
*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이 지구상에는 명령을 싫어하는 동물이 두 종류 있다. 청개구리와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 한다. 자유는 인간의 중요한 본능 중 하나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유롭게 살고 있는가. 자신이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자유롭게 사는 사람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대부분 부모님, 학교,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정작 그렇지 않은 나는 자꾸만 화가 치솟는다. 원하는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 자신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갈아가길 권한다. 누군가의 통제, 사회적 통념,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무엇에도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남을 위한 인생의 역사가 아니라 내가 쓰는 나의 역사를 살아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갈 때 발생하는 수많은 일들을 주체적으로 해결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삶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원할 것입니다. 꿈을 이루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마주합니다. 원하는 삶의 꿈이 지나치게 허황되거나 비현실적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의지로 변화시켜 나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우리를 얽매고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길은 오직 자신의 결단과 의지로만 가능합니다. 그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서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후회 없는 삶, 아니 후회가 적은 삶을 위해 자유하시길 응원합니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
나는 인턴 시절 대학 동기와 결혼했는데 원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중환자실에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가 잇달아 들어왔다. 환자는 세 명, 내가 임신 중이라고 빠질 수 없는 상황이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좀 무리하게 했던 것일까? 그날 밤 나는 하혈을 했고 유산하고 말았다. 얼마 동안 아이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임신한 후 내가 조금만 나를 소중하게 여겼다면 어땠을까?
이후 나는 두 아이를 낳았고 의사 생활을 내려놓지 못했다. 병원 일, 집안일, 양육, 시부모를 모시는 일이 나에게 주어졌다. 남편과 가족들은 나를 도와주지 않아 힘겹게 그 일들을 떠안게 되었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들을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해야 하는 과제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왜 나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나’ 가족과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삶의 즐거움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나의 일상은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고 기쁨을 앗아가 분노하게 만들 뿐이었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고 나를 더 아껴 주었다면 어땠을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틈틈이 나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달콤한 휴식을 허락할 것이다.
여러분은 가장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 중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누군가에게 말도 못할 만큼 후회되는 일을 했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후회스러운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일들은 평생을 두고 아쉬운 마음을 품고 살아가겠지만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다시 달라질 것이니 과거에 너무 얽매이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오히려 이해해주고 위로해주세요. 분명 후회로 남게 한 일로 인해 더욱 성숙해지고 성장하셨을 것입니다.
* 해봤자 안 될 게 뻔하다는 말부터 멈출 것
무기력함에 빠져 본 적이 있는가. 무기력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외부 상황이 바뀌기만을 바란다. 어쩌면 무기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니가 죽고 나서 다시는 웃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이 지나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 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 해도 우리에게는 절대 빼앗길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우리 자신의 선택권이다.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시간은 흘러간다. 스스로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우리의 인생은 나아갑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며 발걸음을 그 방향으로 향하게 행동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말과 생각만 변화시켜도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비가 오고 회색구름 가득한 날이어도 아름답게 보이게 될 것입니다. 정말 인간은 마법을 부릴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동일한 환경을 전혀 다르게 바라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gZCxm_QzFSjAQ19fXDJUaQ
'책,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혜남 작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3) : 내가 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하게 사는 이유 (0) | 2023.02.21 |
---|---|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2)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0) | 2023.02.20 |
칼 세이건 코스모스(13) : 마지막 시간,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0) | 2023.02.12 |
지금의 삶이 불만이신가요? 영화 스위치 리뷰 (0) | 2023.02.12 |
칼 세이건 코스모스(12): 은하 대백과사전 (1) | 2023.02.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