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열심히 달려왔고 이제 드디어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 통치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그들은 하나의 점에 불과한 지구, 그래서 너무나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 보잘것없는 지구에서 한 모퉁이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가 한 번 호령해 보려는 욕심을 채우려고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어야만 했는가?"
크리스티안 하위헌스 1690년, 천상계의 발견에서...
17세에 쓴 하위헌스의 글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통치자들은 이글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워 세계 대전을 두 차례나 일으켰고 지금도 여전히 전쟁 중이며 지구에서 전쟁이 멈춘 시기를 찾기 어려울 만큼 끊임없는 다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협력과 화합으로 지구가 하나 되는 날을 볼 수는 있을까요?
인류는 지난 100만 년 동안 자신이 사는 지역 이외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이것을 안 것은 전체 인류의 시대를 비교해 보았을 때 0.1에 불과한 찰나의 시간 전입니다. 이제서야 겨우 우리는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인간이 우주의 목적일 수도 없다는 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십 억 명의 종교인들은 인간을 위해 신이 우주를 창조했으며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며 목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주와 우리가 처한 상황들을 용기있게 들여다 보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 누구도 우주의 시작, 우주 바깥, 우주 이전의 세계, 신의 존재에 대해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밝혀낸 우주를 진실하게 마주할 용기는 내야 할 것 같습니다. 1조 개의 별들,,, 1000조 개의 행성들이 모인 은하가 다시 1조 개보다 많이 있는 광활한 우주에 소금 알갱이보다 초라한 모습으로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우리는 우리 시야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우리는 우주 탄생 이후 별이 폭발한 후에 남은 재들에 의해 태어난 존재이며 우주에서 진화 과정을 통해 탄생한 존재이기에 우주 탐험은 인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위대한 여정입니다. 인류 문명의 미래는 지구 환경의 변화보다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우주에 대변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이 일을 대신 해줄 수 없습니다.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이 땅으로 진출한 순간만큼이나 중요한 순간이 도래했습니다. 인류는 지구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감행했으며 미신과 상상, 신화에서 정식적 해방을 하였고 지구라는 한계를 넘어 육체적 탈출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그 여정을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멸망의 위험을 자초할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방인, 외부인에 대한 적개심은 오랜 시간 동안 유전으로 내려오고 있는 본성인데 이것이 인류 생존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이 핵폭탄을 연구하고 있었고 미국은 더 빠르게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로 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인류에게 지옥을 보여주며 2차 세계 대전은 끝낼 수 있었지만 구소련과 핵무기 경쟁에 돌입했고 다른 여러 나라들도 핵무기를 보유하게 했습니다. 핵폭발은 수 킬로미터 밖에 있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한 순간에 뭉개 버리며 노출된 인간의 육체를 구워버립니다. 더 문제는 순간의 폭발적인 힘의 작용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방사능은 갑상선 이상, 성장 장애, 악성 종양, 기형, 피부암 등을 유발하여 재앙을 선사하며 모든 동식물들도 파괴해 생명이라고는 살아갈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세슘 137, 스트론튬 90이 자연 소멸하는데 1세기는 족히 걸립니다.
리처드슨은 전쟁의 발생 요인을 찾고 전쟁 주기를 연구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량 학살의 전쟁과 개인 살인 사건이 동일한 성격의 현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지구에서는 대략 5분에 한 번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으며 전쟁은 희생자의 수가 적은 소규모 전쟁은 희생자가 큰 전쟁보다 자주 일어났으며 앞으로도 이 주기는 반복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며 언젠가 핵전쟁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예상하지 못한 전쟁이 진행중이며 언제 끝나게 될 지 모른 채 전쟁소식이 매일 뉴스에 실린다. 그리고 현재 전쟁중인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에 대한 긴장감은 전쟁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전인류를 고민에 빠뜨렸다. 인류가 인질이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 칼 세이건은 핵을 통해 서로가 전쟁을 못하게 만들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오류를 지적합니다. 서로가 멸망할 정도의 핵을 각자 보유하면 함께 멸망할 수 있는 위험과 두려움 때문에 전쟁 억지력이 생긴다는 논리가 현재의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지구를 몇 개나 소멸시킬 수 있을 만큼의 핵무기를 지구인이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것을 외계인이 본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인간들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2차 세계 대전 때의 사망자가 50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국민의 수와 비슷하네요. 한 나라의 사람들이 전멸한 셈입니다. 이런 끔찍한 전쟁도 핵전쟁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인간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이며 핵무기를 위협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하다가 그것이 잘 먹히지 않으면 보여주려는 이상행동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류의 운명을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대멸종은 지구 환경의 변화에 의해 진행되었는데 지구가 제공하는 대멸종의 상황이 오기도 전에 인간에 의한 대멸종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아직 인류는 지구를 탈출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에 우주에서 우리를 대변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우주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은 미래입니다.
우리는 핵전쟁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기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멈추고 해가 되는 무기들의 개발과 생산을 안 할 수는 없을까요? 인간은 왜 스스로가 파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위험을 감수할까요? 해결책이 없을까요?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의 격렬한 분노는 파충류로부터 전해오는 유전자에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외부와의 접촉이 없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포유류는 서로 비비고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소멸되면 자폐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정신적 접촉과 피부의 접촉이 단절되면 애정 결핍을 경험하게 되고 인간은 깊은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유아기에 피부접촉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폭력을 싫어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누군가와 깊은 유대감을 유지하고 있나요? 피부를 비비며 서로의 사랑을 전하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나요? 칼 세이건은 인류의 미래에 공헌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자주 안아주고 부부는 스킨쉽을 나누며 살아가라고 조언해 줍니다. 그 작은 행위가 인류의 미래에 큰 공헌을 하는 것이라니... 역시 큰 변화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칼 세이건은 인류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비겁함입니다. 자연은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신비로운 우주를 거짓 지식이나 신앙에 의지하고 의존해 위로와 위안을 삼으려는 연약한 마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칼 세이건은 인류가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파괴를 핵심으로 꼽습니다. 기원전 3세기에 건립되어 700년 간 세계의 지식창고 역할을 감당해 왔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고대 사회의 심장이었으며 인류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었습니다. 현대 문명의 가장 큰 역할을 감당한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지식들이 쌓여 있던 곳이며 이것들을 정확하게 복사해 보관했던 장소였습니다. 수많은 지성인들이 이곳으로 몰려와서 생활하고 공부하고 연구했으며 그 결과물들을 다시 쌓아 나갔습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도서관을 활용했던 이들은 당시 사회와 정치에는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연구 결과들은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그들의 삶에도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대중들에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해 또 다른 연구자들을 성장시키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중은 무지함에 갇혀 신의 아들이라는 왕과 온갖 미신, 각종 종교에 빠져 있었으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득권 세력의 상징으로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대중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폭발했을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그들에게는 파괴시켜 버리고 싶은 기득권 세력의 소유물로 여겨져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렸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건이 있은 후 인류는 1000년 동안 멈춰진 시기를 보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글들이 소장되어 있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이곳에 피라미드의 비밀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도서관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인류는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가 쌓아온 지식들이 사라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인류 문명은 얼마나 퇴보하겠습니까? 그리고 인류를 감동시키고 살아갈 희망을 주는 수많은 예술작품들을 어떻게 다시 탄생시킬 수 있겠습니까? 재앙이라는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두루마리 고문서가 단 한 점도 남아있지 않으니 말입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파괴된 이후 다시 한 번 인류가 힘을 모아 노력했으면 좋았을텐데 유럽을 장악한 기독교는 과학과 학문을 이교도의 사상, 악마의 가르침, 배척해야 하고 위험한 것들로 치부해서 폄훼했습니다. 그리고 후대에 남긴 것은 대중의 혈세로 세운 기독교의 높고 뾰족한 교회당만이 남아 후대에 자신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중세를 어둠의 시대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어야 자신의 존엄성과 영원성을 지킬수 있다는 신념으로 진실을 외면한다면 검은 두려움이라는 천막을 스스로 만들어 그 안에 갇히는 것입니다. 인류는 우주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우주가 주는 진실과 정면으로 맞서서 헛된 위안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에 불과하면 인간이 아닌 것이 되나요? 우리가 물질에 불과하다면 아무리 아니길 바라고 고집을 부려도 소용없습니다. 오히려 더 큰 좌절을 경험할 뿐이며 인간의 호기심과 열정이 우주를 끊임없이 밝혀낼 것인데 허상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허우적 거리는 안타까운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신성불가침의 절대진리는 없기에 우리의 상상력과 바람을 지나치게 고집부리지 말고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우리 자신의 현주소를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확신했던 것들이 거짓으로 판명되어도 우연하게 수용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인류는 이제 겨우 달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세상이며 그 이상의 세계를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이제 인류는 우리 자신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 인간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희귀종이며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는 멸종 위기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것입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 가족, 소규모 집단을 넘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 사랑의 헌신을 인류로 확장시켜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것만이 인류가 우주에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며 우주에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수백만 년 전 지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앞으로 수백만 년 후 지구에 무엇이 존재하고 있을까요?
인류는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현재 존재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가 되었고 우주의 기원을 돌아보려고 노력하는 존재가 되어 있으며 거대한 우주를 품어보려고 합니다. 이 대단한 발걸음을 인류가 해내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정체도 모른 채 끝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존재해야 모든 것이 가능해집니다. 스티븐 호킹이 존재가 희망이라고 한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여러분 13번째 마지막 시간까지 달려오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저 또한 제법 긴 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멋진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과 인류와 우주를 책을 통해 만난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합니다. 이 책을 쓴 칼 세이건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많은 것들을 삶에 녹여 한 층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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