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인간도 예외일 수 없으며 생명을 지속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기 위해서 이 숙명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돈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돈이면 생명연장까지 가능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의 필요와 생명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필요와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돈, 이 책은 바로 그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고 큰 성과를 보였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시 리버모어의 삶의 이야기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가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며 범접할 수 없는 두뇌의 소유자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난했던 한 소년이 탁월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였지만 엄청난 실패와 고난 속에서 많은 노력으로 이룬 성공이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줍니다. 비록 100년 전에 부를 누린 인물의 이야기이지만 주식시장은 과학의 발달과는 상관없는 인간의 감정과 본성의 영역이기에 지금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실전 투자에 참고할 만합니다.
1부 그의 인생 이야기
제시 리버모어는 1877년 7월 26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가난한 농촌 쉬루즈베리에서 태어났다. 리버모어의 부모는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쟁기에 걸려 나오는 돌멩이를 치우며 등허리가 휘는 고된 노동을 했다. 어려운 형편이었기에 제시의 부모는 리버모어가 초등교육 과정을 마치자 작업복을 입히고 농부가 될 것을 요구하였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리버모어는 어머니가 쥐어준 5달러를 가지고 무작정 보스턴으로 달아났다. 그의 나이는 고작 14세였다.
리버모어가 보스턴에 도착해서 접하게 된 곳이 증권사 사무실이었고 운명이었는지 그 사무실 안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행동들은 그를 매료시켰다. 보스턴에 첫 발을 내딛은 지 1시간 만에 증권사 사무실 근처에 하숙집을 얻었고 양복 한 벌을 사서 사무실에 구직을 희망해 매일 출근을 했다. 리버모어는 출근해서 사무실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을 관찰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리버모어는 매일 출근해서 숫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했고 저녁까지 혼자 남아 특이점들을 기록했다. 숫자로 일기를 쓰고 특별히 반복되는 패턴을 기록했다. 증권사는 그에게 마지막 희망이었기에 열정을 다해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반복적인 패턴을 구분해 내기 시작했다. 리버모어는 주가의 변화에 대한 이유보다 오직 흐름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유는 늘 주가의 흐름이 지나간 후에야 밝혀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땐 이미 늦었을 때다.
리버모어는 증권사 사무소의 사람들도 유심히 관찰했는데 그가 보기에 사람들은 아무런 계획도 없고 일관성도 없으며 이성적으로 거래를 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저 배팅하고 도박하듯 거래했다. 리버모어는 월급을 조금씩 모으면서 노트에 가상 투자를 기록해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주식을 사보지 않고는 자신만의 투자기법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소중한 돈, 간절한 돈을 직접 투자하면 공포와 탐욕이 들끓는 감정의 정글에 들어서게 되며 그때 자신이 얼마나 감정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리버모어는 직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 첫 투자는 US스틸이었다. 숫자들의 흐름이 전형적인 상승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으며 16세가 되기 전에 1000달러가 넘는 현금을 벌었다. 큰 목돈을 벌게 된 리버모어는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께 500달러를 전했다. 어머니께 받은 돈의 100배를 갚은 것이다. 이후 그는 승승장구했고 돈을 버는 것보다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승리감이 더욱 짜릿한 전율을 주었다.
리버모어는 자신만의 투자기법을 가지고 높은 승률을 올렸지만 그 이유로 보스턴의 모든 주식방으로부터 출입을 금지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Boy Plunger -몰빵소년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 보스턴에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된 리버모어는 뉴욕의 증권거래소라는 더 큰물에 도전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0세였고 2500달러를 가지고 뉴욕 맨해튼으로 향했다.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그에게 Boy Trader-꼬마 승부사라는 조금은 고급스러운 별명으로 바꾸어 주었고 리버모어를 환영했다.
큰 무대로 오니 리버모어의 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주식방에서 하던대로 하다 보니 모든 돈을 잃는데 6개월이면 충분했다. 충격에 빠진 리버모어는 스스로를 돌아본 후 1000달러를 빌려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주식방으로 향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투자기법이 통하는 주식방이라 금방 돈을 불려 나갔다. 하지만 리버모어-몰빵소년의 소문은 이곳까지 퍼져 있었고 세인트루이스에서도 더 이상 주식방을 출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빌린 1000달러를 갚고 다시 월스트리트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스스로를 추스렸다. 시장은 종이를 황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거기서 예측해야 하고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과감해야 하며 예측은 틀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자신이 왜 돈을 모두 잃게 되었는지 반추해 보았다. 과거의 거래 실수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며 진정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주식 거래는 언제나 지적인 전투가 아니라 감정적인 전투이며 내 귀에까지 들리는 소문에 절대로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슴깊이 새겼다. 그리고 시장이 강세장인지 약세장인지를 항상 체크해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충분히 노력하고 변화했던 것일까?
1901년 리버모어는 드디어 5만 달러를 거머쥐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그는 네티와 결혼도 하게 되고 부유한 삶을 누렸다. 풍요로운 삶이 펼쳐질 그 순간 그의 판단과 마음자세에는 아무런 결점이 없었지만 아직 월스트리트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리버모어는 순식간에 모든 돈을 잃고 말았다. 경제력을 잃자 아내와 사이도 나빠지고 결국 별거까지 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주식투자에 환멸까지 느끼게 되었다. 이후 네티와는 1918년 이혼하게 된다.
리버모어는 이미 짧은 시간만에 큰 돈을 벌어본 경험을 잊을 수가 없었고 상류사회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주식방으로 돌아가 또 쫓겨나지 않으려고 눈치를 살피며 개미들의 푼돈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두 번의 큰 실패의 경험이 준 깨달음은 절대로 시장을 예측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측해서 투자하는 순간 도박이 되고 만다. 투자자는 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시장의 흐름과 신호에 적절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슴깊이 새기고 세 번째 도전을 이어나갔다.
리버모어는 시장이 강세장인지 약세장인지 혹은 횡보장인지 면밀히 살핀 후 기회가 왔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했다. 그리고 한 번 투자하면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팔아야 할 적당한 이유가 생길 때까지 팔지 않고 기다렸다. 쉽게 매매하지 않으니 큰 흐름을 탈 수 있게 되었고 큰 흐름만이 엄청난 결과를 안겨다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버모어는 여러 경험과 성실하게 분석하는 습관으로 인해 서서히 진화하고 있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는 종목보다 시장의 흐름에 더 집중하여 투자하는 투자자가 되었다. 그리고 주가는 올라갈 때는 천천히 올라가지만 떨어질 때는 급격하게 하락하는 점을 간파하여 공매도로 더 큰 이익을 챙겼다. 그의 주식투자비법은 월스트리트를 움직일 만큼 영향력 있는 개인투자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해 주었고 곰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 이제 리버모어는 올바른 투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주식시장은 똑똑하고 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무지하고 시장을 모르는 개미들에게서 돈을 챙기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리버모어는 1907년 세계 대공황도 거뜬히 지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투자자가 되었는데 이때가 그의 나이 31세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제 리버모어를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생각했다.
1차 세계 대전, 2차 세계대공황도 잘 넘긴 리버모어는 요트를 타고 출근을 했으며 주식거래가 없는 주말에는 파티를 즐기며 살았다. 그리고 어린 도로시와 재혼해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호화스러운 생활을 즐겼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부를 얻었으니 그의 삶이 어떠했겠는가? 그는 방이 29개, 욕실이 12개, 와인 바, 오락실, 개인 이발사가 있는 이발소를 갖춘 저택을 2년 만에 건축해서 생활했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도 줄어들지 않을 만큼 가졌고 쓰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이렇게 그의 삶이 풍요롭고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다면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을 텐데 인생의 마무리는 불행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정말 정확하단 말인가? 그는 여러 유혹에 흔들려 많은 여자들을 만났고 극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판단력도 흐려져 갔다.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것 같았지만 그는 이성을 점점 잃어갔다. 이를 참지 못한 도로시는 1932년 이혼을 요구했고 두 자녀의 양육권과 저택, 보석, 합의금을 원하는 대로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티에서 알게 된 해리엇과 세 번째 결혼을 했는데 리버모어는 또 다시 다른 여자와 불륜을 일으켰고 인생 최악의 우울증에 빠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제 그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예전의 리버모어가 아니었다. 그는 1934년 인생의 마지막 파산을 당하게 되었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다가 1940년 11월 28일 호텔 물품보관소에서 스스로 자살하며 생을 마쳤다. 그의 장례식은 고작 네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순식간에 끝났다. 그의 첫째 아들 역시 1975년 팜비치 휴양지에서 음독자살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인간, 자신, 인생, 세상, 자연 등에 대한 깊은 숙고함 없이 돈을 벌어야만 했던 한 아이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큰 부가 생겼습니다. 인생의 가치, 철학적 고찰 등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기회를 얻었다면 그에게 엄청난 부는 오지 않았을까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오직 주식 시장의 오르고 내리는 가격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리버모어, 그가 엄청난 부를 가졌을 때 주변 누군가라도 그에게 삶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인간은 공부하지 않고 인간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결국 오감을 만족시키려는 본능에 충실한 동물과 같은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부를 얻게 된 수많은 사람들이 본능에 충실하다가 인생을 슬프게 마무리하게 되는 소식은 현재에도 접하게 됩니다. 그가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기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는데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더 많은 것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경제력은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주식 공부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리버모어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주식으로 성공하는 비법과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남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다른 여러 주식 책들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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