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당신 안의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치유
1부에서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어떤 상처를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우리의 일상에 쫓겨 살아가다 보면 미처 깨닫지 못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돌아볼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채 반복되는 일상을 보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는 값진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만나 좋은 관계를 회복한다면 우리는 좀 더 평화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내면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상처받은 아이를 치유하는 일은 엄청난 깨달음의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가 상처받은 자신을 만나 미해결 된 과제를 마무리함으로써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일입니까.
성장과정에서 반드시 충족되었어야 할 의존적인 욕구들이 채워지지 못한 것을 당신의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슬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진솔하게 표현되었어야 할 감정들이 표출되지 못한 채 응어리로 남겨져 여전히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서적 결핍의 아이가 바로 우리 자신을 미성숙하게 만들고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지배해 버리기까지 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과거의 어린 나를 만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온전한 어른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며 나와 가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우리의 상처를 슬퍼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이 많이 잊혀져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회상해서 미해결 된 과제를 찾는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상처를 다시 회상해서 그 아픔과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싫어서 술이나 일, 도박 같은 것들에 중독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합니다. 게다가 기억은 왜곡되기도 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객관적이고 진실된 마음으로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해야 합니다. 우리가 온전한 나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다면 분명 좋은 결실을 얻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용기를 내어 자신 안에서 우리를 조종하고 장악하고 있는 내면아이를 불러내 이 책에 나와 있는 것들을 실제로 연습해 보길 바랍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닙니다. 머리에만 머무르는 지식을 전달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여러분 자신의 과거를 제대로 치유할 때까지 돕기 위해 쓴 책이며 계속 시도해서 반드시 미해결 된 과제를 끝맺기를 바라는 책입니다.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은 지금 꼭 필요하며 정확한 표현입니다. 데일 카네기가 인간관계를 잘 하고 성공의 삶을 살고 싶다면 자신의 책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읽고 또 읽으라고 강조했던 것처럼 이 책 역시 한 번 읽어 본다고 해서 모든 문제들이 사라지는 기적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깊이 숙고하며 읽고 또 읽으면서 실천으로 옮겨 본다면 반드시 아주 기뻐하는 자신의 어린아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상처받은 아이의 분노와 슬픔을 목격하고 듣게 될 것이며 이제 앞으로의 삶에서는 상처받았던 내면아이와 함께 즐겁고 창조적인 일상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부디 머리로만 읽지 말고 실천으로 옮길 마음의 준비를 한 후 실천으로 옮기시길 바랍니다.
3. 초기 고통치료
어린 시절 고통과 슬픔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여러 가지 자아방어기제를 통해 고통에 대해 무감각해지려고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창피를 주지 말아야 했을 상황에서도 자신이 처한 환경과 감정에 의해 올바르게 대해주지 못한 경우 아이는 고통을 피하거나 무감각해지려고 시도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우선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닌 것처럼 부정해 버립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며 부정해 버리기도 하고 기억을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또 먹거나 잠을 자는 등의 일로 전환해서 회피하며 별일 아니니 괜찮다며 사건을 최소화시켜 버립니다. 이렇게 다양한 자아방어기제가 발동하여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벗어나게 합니다.
1) 감정의 중요성
실번 톰킨스는 우리의 감정에 대한 중요성을 주장했고 이 결과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감정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힘이며 기본적인 욕구를 지키기 위해 가지고 있는 장치입니다. 우리의 감정은 신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몸으로 표현됩니다. 그 중 감정이 가장 잘 표현되는 곳이 얼굴이라고 합니다. 톰킨스의 이론에서는 타고난 9가지 감정 중 흥미, 기쁨, 놀라움, 걱정, 두려움, 분노, 이 여섯 가지 감정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중 흥미, 기쁨, 놀라움은 긍정적인 감정으로써 좋은 감정이며 느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감정입니다. 그리고 두려움, 분노, 걱정과 같은 슬픈 감점은 회피하거나 막으려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이 슬픈 감정의 표현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 좋은 감정들 역시 막혀 버립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감정이 억압되는 경험을 한 부모는 자신의 자녀에게도 동일하게 감정을 허용하지 않으며 대물림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어린 시절의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슬픔에서 비롯된 해결되지 않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에게 슬픔이 있는 이유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사건을 슬퍼하면서 얻게 되는 에너지를 현재에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우리가 슬퍼할 수 없다면 결국 무기력해지고 내면에서 에너지가 얼어붙어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못하게 하며 걱정이나 두려움을 말하지 못하게 한다면 올바른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 될 수 없게 됩니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할 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말라는 말이 지배해 온 합리주의의 부산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감정은 에너지이기 때문에 발산하려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역기능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자기 편이 되어 줄 사람도, 자기의 감정을 표현할 만한 대상도 없습니다. 이런 억압된 감정은 파괴적인 모습으로 내면에 자리를 잡아 끊임없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2) 고통과 뇌
오늘날 두뇌화학과 두뇌생리학의 발달로 정신적 외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뇌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원시적인 뇌, 본능적인 뇌가 있습니다. 이 뇌는 안전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호흡과 같은 자동적인 신체적 기능들을 유지시켜 줍니다. 두 번째 또 하나의 뇌는 대뇌변연계, 감정의 뇌입니다. 이 대뇌변연계는 흥분, 즐거움, 분노, 두려움, 슬픔, 기쁨, 부끄러움, 혐오감과 같은 감정들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세련된 뇌조직인 신피질, 사고를 관장하는 뇌입니다. 이 뇌는 판단력과 언어사용능력, 계획수립능력, 복잡한 문제해결능력 등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렇게 세 가지 뇌는 독립적이면서도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며 특히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욕구에 의해서 조절됩니다. 예를 들어 고통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뇌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뇌가 스스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감정표현이 스트레스로 생긴 화학물질을 없애준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으며 우리는 신체와 정신적 건강을 위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감정을 잘 표현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감정 표현을 억제합니다. 우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반응하지 않습니다. 둘째로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지금 표현한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모릅니다. 세번째는 감정을 표현했을 때 혼이 납니다. 예를 들어 '정말 혼나야 정신을 차리겠어?', '소리 지르지 마. 혼날 줄 알아.' '울지 마.' 등 많은 아이들이 화내거나 울었을 때 혼나고 벌을 받습니다. 이와 같이 정상적인 감정표현을 못하게 되면 별일 아닌 일에 지나친 감정표현을 하거나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격장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아이들의 감정은 초기에 금지될수록 그 상처는 더욱 크게 남습니다. 생후 1년 동안이 가장 민감한 시기이니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수용해 주면서 양육해야 하며 이후에도 아이가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보호자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3) 강박적인 반복
스트레스적인 경험은 신경세포의 흔적들을 확대시키기 때문에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유기체가 성숙한 성인으로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왜곡시켜버린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고통스러운 경험들은 뇌에 새로운 회선을 새겨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고통을 줍니다. 그래서 새롭게 생긴 고통스러운 회선은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게 만듭니다. 타인이 보기에는 사소한 수준의 일이지만 당사자는 고통스러운 자극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한 반응이 반사적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내부에 고통이 잠재되어 있는 사람은 일어나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사랑하는 사람의 평범한 제안에도 과잉반응을 보입니다. 자신이 쉽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가 있으며 어린 시절 감정을 억제당한 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4) 방어기제와 차단된 뇌
우리는 정서적인 고통이 전달되면 자아방어기제가 작동하여 긴장과 고통을 피하고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그 고통은 우리 안에 남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아주 이성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감정적으로 격렬하게 반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나를 힘들게 했던 긴장과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을 휘몰아치는 폭풍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간과하고 있던 어린 시절 상처받은 아이의 외로움과 슬픔과 고통을 지금이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어린 시절의 고통은 자연적인 치유 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슬픔이라는 치유 감정으로 드러납니다. 우리는 슬픔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때 치유를 받게 됩니다.
5) 회복하기
그렇다면 우리가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나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우선, 바로 나 자신을 믿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절대로 떠나거나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자신을 믿고 어린 시절의 상처와 마주해야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부모의 잘못을 최소화해서 기억하려고 노력하거나 그들의 행동을 합리화해주고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로 여러분 자신을 위해 상처받은 사실을 있는 그래도 돌아보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참 이상한 것은 많은 학대를 받은 사람일수록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부모를 이상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학대받은 아이가 자신과 자신의 부모를 지키는 방법은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버릇없는 아이라서,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모든 게 나 때문에..."라고 생각하고 기억합니다. 부모에 대한 이상화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제이니 이 사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과거를 가능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충격을 받아야 합니다. 과거의 상처를 진솔하게 마주하게 되면 충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충격을 좋은 현상입니다. 왜냐하면 충격은 바로 슬픔의 시작이기 때문이며 슬픔은 치유로 이어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극복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부모가 우리 자신의 참 모습을 억누르고 왜곡시켜 자신을 잃어버린 상처는 극복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화가 나서 화를 냈을 때 "앞으로 절대로 내 앞에서 소리 지르지 마!"라고 말하며 혼나거나 폭력을 당했을 때 자신의 참모습은 옳지 않으며 자신을 폭력적으로 양육하는 부모나 선생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을 싫어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이미 이렇게 성장했다면 자신 안에 상처받은 아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해야 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어서 진실과 마주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충격이 얼마나 크든 받아들여야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치유가 시작될 수 있으며 현재의 삶, 남은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는 분노입니다. 충격을 받게 되면 우울감과 분노라는 감정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반응은 정신적인 상처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상처받은 우리의 내면아이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상처를 준 사람이 고의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분노하고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기 위해 분노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며 화가 난다면 자연스럽게 화를 내야 합니다. 부모님에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정말 힘든 과정이겠지만 해내야 합니다.
네 번째, 분노 다음으로 찾아오는 것은 상처와 슬픔입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그 상처를 안고 살아온 시간이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를 속이고 기만하고 올바르지 못한 양육과 훈계를 한 이들로 인해 상처받고 남모를 어려움을 겪은 자신 때문에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성장과정에서 채워졌어야 할 것들에 대한 상처 뿐만 아니라 꿈과 희망도 잃어버렸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상처와 슬픔 뒤에 후회가 뒤따라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벽을 넘어서야 합니다. 학대를 당하고 폭력을 당한 것은 내면아이, 우리 자신이었는데 스스로 좀 더 잘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악했던 사람이라도 그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회상하며 후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그 당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어른을 이해하며 적절한 말과 행동을 더 잘할 수 있단 말인가요? 상처받은 아이의 과거는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 사건에 관한 것이지 우리 자신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를 혼돈하여 자신에게 발생했던 일을 부정하거나 나쁘게 해석하면 자기 자신은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부인하고 회피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른이 되어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나쁜 결과를 가져온 과거의 자신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비난한다고 여겨 끝까지 자신을 합리화하고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다고 고집을 부리며 더욱 매달립니다. 이제 상처받은 내면아이와 자신을 위해 용기를 내야 합니다. 과거의 일, 사건, 당시의 판단은 지금의 자기 자신과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분리해서 과거의 일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여섯 번째, 슬픔의 가장 깊은 핵심감정은 수치심과 외로움입니다. 부모가 우리를 버리거나 폭행을 가했던 일 등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게 되고 뭔가 잘못된 일들을 회상하면 수치심이 외로움을 동반해서 우리를 괴롭게 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상처받은 내면아이와 마주한 우리는 가장 힘든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치료를 위해서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통과하는 것뿐입니다. 수치심과 외로움의 단계에 머무르는 것은 힘든 일이며 극복하기 어렵기에 통과해내야 합니다. 통과하는 방법은 그 수치심과 외로움을 수용해 주고 내 안에 숨어 있던 진정한 나와 만나는 것입니다. 수치심과 외로움이 두려워 숨어 있는 나와 만나 위로해 준다면 우리는 쉽지 않은 이 구간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 숨겨진 감정들을 평안하게 만나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그 순간 발버둥 치며 온몸으로 표현할 수도 있으며 흐느껴 울거나 펑펑 울 수도 있습니다. 때론 두려움에 휩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은 회복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며 이 과정은 제대로 치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슬픔을 쏟아낸 후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며 사건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편하게 해 주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여기서 정말 핵심적인 해결의 열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을 방어해 온 방어기제를 어떻게 해체하고 버려야 할 지를 아는 것입니다. 나를 위해 자신의 부모를 합리화시키고 이상화시킨 방어기제를 풀어버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맹신했던 것을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믿고 살아왔던 모든 세월과 자기 자신의 판단과 결정, 그 모든 것을 부정해야 하며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일이기에 수용하기보다는 회피해 버리고 기존 믿음을 더욱 곤고히 강화시키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 단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움을 줄 누군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나를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 상담전문가도 좋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치유의 효과는 더욱 좋을 것입니다.
4. 치유하기(1) : 당신 안의 갓난 아이(0세~9개월)
1) 신생아 시절
앞의 내용들을 잘 숙지하셨나요? 이제 여러분 안에 상처받은 아이를 만나 치유할 준비가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진지하게 이 책이 제안하는 방법을 함께 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 안에 상처받은 아이를 치유해 앞으로의 삶이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원합니다.
우선 여러분이 간직하고 있는 갓난아이와 만나 해결하지 못한 상처를 치유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신생아 시절 이 세상으로부터 환영받아야 하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해야 합니다. 아이는 '나'라는 존재, 자아를 인식하기 전에는 엄마와 한 몸이었고 '우리'였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고 알아가며 생존을 위해 양육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온전히 양육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이에게 양육자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를 위해 함께 해 줄 것이며 아이의 모든 필요를 채워줄 믿음을 주는 존재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아이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랑받고 존중받고 돌봄을 받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신생아일 때의 사진이나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말을 종합해서 이런 필요들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판단된다면 갓난아이 치유 단계는 진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분은 바람직한 신생아 시절을 보냈기에 상처받은 아이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필요가 충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라도 있어 보인다면 갓난아이와의 만남을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와 직접 연결되어 어머니가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하고 어머니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느낍니다. 어머니가 태아에 대해 어떻게 여기는지도 전달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어머니가 어떤 상황에서 여러분을 잉태하게 되었는지 살펴봐야 하며 여러분이 태어날 때의 상황들에 대해 알아야 치유에 도움이 됩니다. 이이는 태어나면 안기고 싶을 때마다 안겨야 하며 그 외 모든 필요의 순간마다 적절한 도움을 즉시 받았어야 합니다. 언제나 따뜻한 목소리와 감탄사들을 평화롭게 전해 들었어야 하며 온전히 사랑받고 있음을 온몸으로 체감했어야 합니다. 양육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을 여러분을 잘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가장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자신의 정신과 육체도 건강해야 하고 자녀에게 이렇게 깊은 사랑을 전하며 양육할 수 있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부모는 자녀로부터 이렇게 할 수 있는 힘을 제공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힘으로 여러분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치유할 수 있으며 아이가 주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의존과 사랑을 받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가진 아픔과 고통을 자녀에게 동일하게 전달해 버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슬픔과 고통을 평생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하는 여러분의 자녀의 삶을 생각해 본다면 더 늦기 전에 여러분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해야겠다는 의지와 결심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나친 우려와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 안에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녀가 있다면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그 노력은 내면아이와 자녀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것이며 드디어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2) 치유를 위해 실천하기
첫 번째 단계는 보고하기라는 과정입니다. 어떤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의 아이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부모님은 어떤 상황 속에서 임신을 했으며 여러분이 태어났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아야 하며 가능하다면 부모님은 어떤 가정에서 성장했고 그들이 품고 있었을 상처받은 내면아이도 추론해 보길 바랍니다. 친척들의 이야기도 좋고 사진 속 장면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내용들도 자세히 기록해서 모든 정보를 적어 놓습니다. 진정한 치유를 위해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분명하게 알아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신생아 시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으며 여러분이 겪은 생애 최초의 아픔을 이해해 주는 경험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논쟁을 하려고 하는 사람보다는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가족이 가장 편하고 여러분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할 수도 있지만 여러분이 기억하고 예상한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부모나 가족들을 권하고 싶지 않고 상담사나 치료사도 좋으니 신뢰할 수 있는 다른 누군가를 잘 선택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단계는 읽어준 후 그 내용 속에 있는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느껴보는 것입니다. 사진이 있다면 한참을 바라봐도 좋습니다. 그 아이에게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대했는지를 알아낸 사실에 입각해서 아이의 감정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 단계, 여러분이 느낀 감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편지를 써 봅니다. 어린 시절의 여러분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정말 중요하니 생각만 하지 말고 꼭 써야 합니다. 내용은 짧아도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이 그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이쁘게 보이고 기쁜지, 너를 위해 기꺼이 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네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에 대해 써 보시길 바랍니다. 아이의 필요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언제든 잘 채워줄 것이라는 확신과 신뢰의 내용도 좋습니다. 말의 힘은 대단해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긍정적이고 사랑 담은 메시지를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내면아이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지를 모두 썼다면 이제 소리 내어 낭독하십시오. 이때 당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표출되도록 내버려 두시기 바랍니다.
다섯 번째 단계, 편지를 읽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셨다면 이제 그 아이가 현재의 여러분께 편지를 써 보겠습니다. 이때 좀 전에 썼던 손 말고 다른 손으로 써야 합니다. 다른 손을 사용하면 우리 두뇌 중 덜 지배적인 부분과 접촉하게 해 줘서 당신 안에 숨어 있는 내면아이의 감정이 더 잘 표현될 수 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아이기에 어떤 말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는 것을 인식하고 쓰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부모 중 누군가가 여러분의 성별이나 모습, 혹은 태어난 시기나 태어났다는 사실을 원치 않았을 때 그 아이는 그 모든 것을 느끼고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내면아이를 깊이 묵상하며 마음으로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시길 바랍니다. 눈을 감고 내면아이가 있는 방 안의 공기를 느껴 보시고 들리는 여러 소리들을 들어보세요. 천천히 호흡을 하며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내면아이를 봅니다.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평안하게 잠든 내면아이의 모습, 눈을 떴을 때 눈에 보이는 다양한 물건들과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현재의 여러분이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안아주며 미소를 지어주셔도 좋습니다.
이제 여러분 안에 숨어서 현재의 여러분을 힘들게 했고 고통 가운데에서 슬퍼하고 있던 내면아이는 웃음과 행복, 믿음과 신뢰를 되찾았습니다. 여러분이 직접 찾아가서 만나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성숙한 사랑을 전해 주었기에 내면아이는 더 이상 슬프고 외롭지 않습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하기를 시작한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응원합니다.
5. 치유하기(2) : 당신 안의 유아(9개월~3세)
1) 유아기 시절
우리가 태어난 시기의 갓난아이와의 만남과 공감을 통해 치유를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유아기 시절의 상처받은 내면아이와 만날 차례입니다. 이 시기는 분리단계, 반의존의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여전히 구속되어 있지만 조금씩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신이 되기 위해 표현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제2의 탄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진정으로 "나"라는 존재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유아기 시절의 아이는 세상이 흥미로운 것으로 가득 차 있어서 자연스럽게 주위 환경을 탐색하고 만지고 경험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래서 에릭 에릭슨은 유아기를 흡입단계라고 불렀습니다. 호기심이 왕성하여 모든 경험을 흡수해 정보를 쌓아 나갑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정서적인 균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세상의 모든 것을 처음 보고 만지며 알아가는 단계라 한계를 설정해 줄 양육자가 절실합니다. 또한 양육자는 안정감 있고 인내심이 많아야 하며 부모 모두를 필요로 하는 시기입니다. 부모는 자신의 분노를 아이에게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아이와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어 모범적인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는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신뢰 있는 말과 행동으로 정직한 관계를 만들어 안정감과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다름과 자신의 한계를 경험해야 바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한계를 정해주고 그 가운데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지나친 감정표현이나 화, 폭력을 사용하지 말고 단호하지만 인내심을 가진 부드러움으로 잘 대처해서 항상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것과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양육해야 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 아이가 배워야 할 중요한 것은 바로 올바른 의지력을 갖는 일입니다. 의지력은 행동하게 하는 힘을 발달시키는데 하려는 의지와 내려놓는 의지 사이의 균형을 훈련받아야 합니다. 이것을 제대로 배운 아이는 성실과 사랑에 대한 좋은 기반을 가지게 되며 삶의 변화에 슬퍼할 줄 알고 자신이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구별하게 됩니다. 자신이 한계가 있고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올바른 의지력을 배우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사람은 성장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데 그 특징을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이것 아니면 저것, 좋은 것 아니면 나쁜 것이라는 극단적인 사고를 하는 절대론자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부정하며 인간으로서 결함이 있고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존감이 낮습니다. 셋째, 공격적인 행동을 하며 그 행동에 대해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입니다. 넷째, 자신과 타인에 대해 비관적이고 단정적으로 판단을 하며 자신을 과잉통제합니다. 넷째, 주로 과음을 하거나 과식, 과용 등 여러 중독에 빠져 있습니다. 다섯째, 아무에게도 상처받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고립시켜 혼자 있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자신을 방어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돈이나 칭찬, 사랑에 인색하고 그 표현함에 있어서도 거칠고 무분별합니다. 지나치게 자녀들을 통제하여 복종을 요구하거나 한계를 제대로 정해주지 못해 방종하게 양육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로 인해 타인과의 심각한 관계적 문제를 일으켜 스스로 고립되어 외로워집니다. 이 내용들을 면밀하게 살펴본 후 자신을 진실되게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을 올바르게 바라보려는 것을 외면하거나 왜곡한다면 소시오패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자신을 키운 부모의 모습, 자신이 성장한 환경 이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판단하고 고찰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며 필수적인 요소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2) 치유를 위해 실천하기
앞서 했던 것과 같이 첫 번째 단계는 보고하기입니다. 유아기 시절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가능한 자세하고 많이 써 보시기 바랍니다. 기억나는 것이 적을 수 있는 시기이니 가족들로부터 알게 된 사실들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음 질문들이 도움이 되기 바라며 답을 써 보세요. 이 시기 당신을 누가 양육했습니까? 부모님은 어디에 있었나요? 부모님이 나와 시간을 많이 가졌나요? 부모님의 인내심은 어느 정도였나요? 혹시 중독에 빠진 부모가 있었나요? 부모님은 정서적으로 화를 잘 내거나 폭력적인 체벌을 가하셨나요? 체벌의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형제가 있다면 어떻게 지냈나요? 당신이 울고 있을 때 안아준 사람은 누구였나요? 당신과 잘 놀아 주고 웃어 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사람은 누구였나요? 당신의 부모님의 성장과정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으면 자세하게 써 보시고 상처받은 사건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기록해 보세요.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은 당신의 감정과 더 진솔하고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 치유에 아주 큰 역할을 감당하기에 가능한 많은 내용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 기록해 보았다면 그중 유독 당신이 부끄러워하고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 있나요? 그 글에 더욱 집중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 그 글과 마주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단계는 나누기입니다. 상세하게 기록한 내용을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방에게 큰소리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나눌 대상은 앞서 말한 것과 동일합니다. 온전히 여러분을 이해해 주고 이야기를 믿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솔하게 말한 이야기를 서로만 간직할 수 있는 신뢰를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혼자 하셔도 좋습니다.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없다고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유아 시기의 아이의 행동은 선과 악, 좋고 나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아이가 거칠게 놀거나 만지지 말아야 할 것을 만지는 행동을 보고 나쁜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때리거나 벌을 주는 것은 부모 자신의 상처받은 모습이지 아이의 잘못이 아닙니다. 유아 시기 여러분은 그저 호기심이 많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미성숙한 상태였기에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부모가 다루기 쉽지 않지만 도덕적으로 결코 연약한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부모가 되어 자녀를 양육하고 있나요? 자신이 유아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에게 가혹하게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가해를 가끔이라도 한다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어떤 공격적 행동도 절대로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도 피해자였겠지만 그 악순환을 이어갈 수는 없습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해서 양심을 발달시키고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이 현재 받고 있는 스트레스, 분노, 화를 자녀에게 쏟아붓는 끔찍한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훈계가 아닌 분노와 화, 폭력으로 표현된다면 반드시 그 악의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악하게 전달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 감정을 오롯이 느끼기
자신이 쓴 글을 모두 읽었다면 이제 그 감정을 유지하며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유아기 시절의 사진을 봐도 좋습니다. 얼마나 순수한 아이였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에너지로 가득 차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생기발랄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충분히 느끼시면 됩니다. 참으로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가 그 시절 받았던 상처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 감정을 회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 이제 그 아이에게 편지를 써 보는 시간입니다. 자신을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고 있는 여러분 자신이 유아 시절의 아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편지를 써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신생아 시기때와 같이 유아 시기의 아이가 현재의 여러분에게 답장을 보냅니다. 동일하게 다른 손으로 작성하십시오. 다 작성했다면 여러분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상대방에게 큰 소리로 낭독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강력한 효과가 일어날 것입니다.
다섯 번째, 여러분은 당신의 유아기 시절의 내면아이와 만나 그 아이가 들었어야 했던 말을 지금이라도 전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아이야, 넌 호기심이 많아 무엇인지 모른 채 만지고 맛보고 꺼내 보았지? 정말 훌륭한 모습이었단다. 네가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줄게. 네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단다. 너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관심 가져 주고 그 필요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채워줄 거야. 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슬퍼해도 되고 울음을 터뜨려도 상관없어. 세상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어떤 일이 생겨도 네 곁에 있어 줄 거야."
이런 식으로 선언문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혹은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말을 써서 온전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방에게 크고 따뜻한 마음으로 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당신 안에 있는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성숙해진 당신이 돌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내면의 아이가 이 말을 듣고 충분히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여섯 번째, 이 모든 과정을 마친 후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 하고 싶은 말, 기분, 깨달은 점 등을 잘 써서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6. 치유하기(3): 유치원시기의 아이(4세~6세)
1) 유치원 시기
지금까지의 과정을 잘 진행해 오셨나요? 이제 여러분은 자신이 누구이며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상상력을 발달시킬 시기가 되었습니다. 바로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정체성이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며 이 시기에는 성별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상상력을 발달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특별히 도와주는 장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기 중심성'입니다. 아이들은 천성적으로 자기중심적이지만 결코 이기적인 것은 아니며 감정적으로 동정심을 발휘하지만 진정으로 타인을 공감할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했습니다.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은 16세 이전에는 가지기 어렵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매우 독립적이고 질문하기 바쁘며 신뢰를 쌓아가면서 세상을 인식해 나갑니다. 그리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것들을 배워 나갑니다. 이때 부모가 해줘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고 좋은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아버지는 남성의 모델, 어머니는 여성의 모델이 되어 주며 둘은 건강하고 친밀함을 보여주는 부부모델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특히 남자아이는 아버지와의 유대감이 중요하며 감정적 교류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접촉도 중요하기에 반드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이 시기를 건강하게 잘 보낸 아이라면 자기 자신은 세상을 믿을 수 있고 또한 자신을 믿으며 본인이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그릴 수 있게 됩니다. 이 힘은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으며 선택할 수 있는 것인데 정체성을 잘 가지는 데에서 나옵니다.
이 시기에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부모와 건강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되어 큰 상처를 간직하게 됩니다. 자녀는 부모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가지게 되는데 본능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타인을 통해 채우려고 하고 이러한 심리는 결혼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 더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슬픔과 아픔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상처를 가진 아이는 사랑하게 된 사람이 자신을 떠날까 봐 불안해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소유하려고 시도하지만 결국 상대방을 침몰시켜 떠나가게 만들어 버립니다.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에도 자신이 받지 못한 부분을 자녀들에게 해주어서 문제를 상쇄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만 볼 수 있습니다.
유치원 시기에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가 보이는 가장 보편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나치게 책임감이 강한 아이, 성취도가 너무 높거나 낮은 아이, 반항하는 아이, 착한 아이의 모습을 나타내는데 이는 아이가 이런 경직된 역할을 감당하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은 상실한 채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중독적인 죄책감에 지배당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양심은 건강한 죄책감에서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유치원 시기가 끝날 때쯤이 되어서야 비로소 양심이라는 진정한 도덕성이 시작되는데 어린아이에게 불편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의 결과를 아이의 잘못으로 몰거나 지나친 체벌을 가해 역기능 가정환경을 조성한다면 건강한 양심과 죄책감을 발달시키지 못하게 됩니다. 아직 배워 나가야 할 것이 많은 아이, 모르는 것이 당연한 아이, 의도적으로 악한 마음을 품지 않은 아이의 행동에 과도한 책임을 부여한다면 그 아이는 심각한 상처를 간직하게 됩니다. 이것이 유치원 시기에 여러분의 내면아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상처입니다.
이 시기에 받을 수 있는 상처들은 질문을 했을 뿐인데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고 무시하는 부모의 행동, 친밀한 시간의 절대적인 부재, 올바른 정서적 교류와 교육의 결핍, 부모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해서 부모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험한 말을 하거나 아이의 잘못과 상관없는 폭력을 가한 일 등이 있습니다. 이런 유사 상황들을 잘 돌이켜 보고 기억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려고 거짓으로 부모나 누군가를 심각한 가해자로 만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2) 치유하기
치유하기 첫 번째 단계는 앞의 과정과 동일합니다. 자신의 유치원 시기에 받았을 수 있는 상처들을 잘 살펴본 후 기억나는 것들을 자세히 기록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전히 많은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알게 된 이야기, 무엇이든 좋으니 최대한 자세히 기록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면 제법 강력한 흔적을 남겼을 것입니다. 사건들 이외에도 부모님은 무슨 일을 했으며 가족이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록하고 부모님의 결혼생활은 어떠했는지 아는 만큼 기록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최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록했다면 상처받고 있었을 그 당시 여러분을 위해 누가 곁에 있어 주었는지, 자신이 가장 충실하게 수행하려고 노력했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써보시기 바랍니다. 사랑과 친밀함을 가르쳐 준 사람은 누구였으며 여러분과 행복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준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기록해 보세요. 추가적으로 이 시기부터 형제들의 폭행과 학대가 발생하며 또래에 의한 만성적인 괴롭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사건에 대한 기억도 모두 작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모두 기록했다면 여러분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상대방에게 큰 소리로 읽어주시면 됩니다. 유아기 때와 비교해 기억이 더욱 선명할 것이기에 자신의 당시 감정에 최대한 충실히 집중하기 바랍니다.
세 번째 단계는 이 시기,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사진 속 아이, 기억 속 아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느껴 보세요. 실제로 여러분이 유치원 시기의 자신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동일한 상황에 놓여 느껴지는 감정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로 현재의 자신이 유치원시기의 자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하고 많은 것을 알아갈 아이, 이제 정체성을 확립해 갈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도를 기꺼이 해 주며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겠다고 써 보세요. 아이가 던지는 모든 질문을 언제든지 귀찮아하거나 무시하거나 화내지 않고 답해주겠다고 써 보시고 무엇보다도 너를 가장 사랑하며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써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유치원 아이가 부모님께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이때에도 역시 다른 손으로 써 보시길 바랍니다. 당시 자신이 원했던 것, 꼭 필요했는데 받지 못했던 것을 써 보세요. 부모나 누군가를 비난하라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무엇 때문에 속상했고 슬펐는지 쓰시면 됩니다. 부모님께 썼다면 유치원 시절의 여러분이 현재의 여러분께 편지를 쓰면 됩니다. 부모님께 하지 못한 말들을 편지에 담으셔도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하게 쓰는 것입니다.
모두 썼다면 이제 큰 소리로 읽어 주는 중요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믿을 수 있고 여러분의 모든 마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편안하게 읽어 주면서 어떤 감정이든 억누르지 말고 그대로 표현되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만약 상처받은 내면아이로 인해 공포감을 느끼거나 얼어붙은 감정으로 불안해질 때 안심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시길 바랍니다.
다섯 번째 단계는 유치원시기에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위한 선언문을 작성하고 낭독하는 것입니다.
"나는 활기찬 네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 호기심을 가지고 다양한 테스트를 해 보는 너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기쁘단다. 그리고 네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잘 도와줄게. 나는 네가 다른 사람과 달라도 괜찮아.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요구해도 좋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도 좋아." 등 상처받은 내면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아픈 상처에 대해 위로와 격려를 해준다면 좋은 선언문이 될 것입니다.
여섯 번째, 이 모든 과정을 마친 후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 하고 싶은 말, 기분, 깨달은 점 등을 잘 써서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7. 치유하기(4): 7세~사춘기까지
1) 초등학교 시기
우리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족체계를 떠나 사회라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서게 됩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곳으로 자리 잡으며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 시기 생물학적 리듬은 생존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단계를 마련하고 초기 자아의 힘을 키워 나가 성인으로서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습득하게 됩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배워야 할 것은 협동과 상호의존 그리고 건강한 경쟁의식입니다. 그리고 학습능력도 배우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만 자신을 알고 사랑하고 건강한 자기 존중감을 배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 합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놀이를 하며 성장해야 하는 것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모방과 적응을 배우고 타협과 양보 등 사회생활 능력을 키워 나가기 때문에 놀이는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 기회가 줄어든 요즘 사회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고학년이 되어서야 추상적인 사고나 사실과 모순되는 명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교육도 받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점차 성장해 부모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자신의 똑똑함을 과신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늘 즐겁고 쾌활하며 매력적인 모습을 간직한 채 친구들과 함께 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열정적으로 삶에 임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학교는 정신적인 상처의 원인을 제공하는 곳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개개인의 능력, 취미, 개성 등을 전혀 고려받지 못한 채 나이에 따라 수평적으로 배정을 받고 동일한 단계의 교육을 받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비교를 당합니다. 또래들보다 학습성취도가 낮으면 큰 잘못을 저지른 것과 같은 수치심을 느껴야 하며 운동능력이 뒤처지면 놀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성적순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학교 교육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암기하게 하고 결과를 바라는 압력을 행사하며 아이들은 그 압력을 못 이겨서 누려야 할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갑니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공부를 하지만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안고 불안해하며 살아갑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큰 아픔과 상처를 받게 됩니다. 설령 좋은 성적을 획득한다 하더라도 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성과중심적인 인간이 되어 버리며 억지로 한 시간들은 내면아이에게 상처를 안겨다 줍니다. 아무리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하더라도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여전히 힘들었고 외로웠으며 늘 좀 더 잘하지 못한 부족함을 느끼고 불안해 하며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표현도 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교육 이외에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처를 살펴보면 무섭고 폭력적이며 상처를 안고 있는 교사들도 존재하기에 아이들은 학교에서 많은 어려움에 노출됩니다. 또한 또래들 중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으며 이 시기의 아이들이 생각보다 잔인할 수 있다는 점은 학교가 안고 있는 큰 위험요소입니다. 잔인한 또래, 혹은 또래들로부터 폭력에 노출되기도 하고 왕따를 당하기도 합니다. 공부, 운동, 사교성이 부족할수록 희생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며 신체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건들은 한 아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모든 존재는 아름다우며 모두가 존중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 치유하기
첫 번째 단계, 이제는 여러분의 과거를 회상하고 기록하는데 많이 익숙해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억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더 많은 어린 시절이 생각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는 선명한 기억으로 남겨진 상황들이 많을 것이기에 상처받은 순간, 즐거웠던 순간들을 쓰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기억나는 내용이 너무 많다면 초등학교 입학부터 매년 가장 중요하게 기억되는 사건들만 3~4가지 정도를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때 충격적인 사건들은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정신적인 상처를 남겼을 경험입니다. 그 사건은 특히 더욱 자세히 기록해야 내면아이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소 사소해 보이는 사건들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인식하지 못했거나 쉽게 드러나지 않는 아동학대의 정황일 수 있으니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부모님 외에도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종교생활을 했다면 그 단체의 지도자, 선배,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떠오르는 사람의 이름이나 직함을 쓰고 어떤 사람이었으며 나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적어보기 바랍니다. 또한 획일적인 교육과 통제, 학습성취도로 평가하는 학교시스템 자체가 여러분께 정신적 상처를 안겨주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동일하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방에게 큰 소리로 읽어주시면 됩니다.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에 내용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차분하게 작성한 모든 내용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선명한 기억은 여러분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킬 것입니다. 표현되는 감정을 억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표출하시기 바랍니다. 이때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방은 눈물을 닦아주거나 안아주셔도 좋습니다.
세 번째, 감정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매년 찍은 사진을 모두 준비해서 한 장씩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으며 준비된 사진을 보며 그 당시의 자신의 감정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대부분 웃고 있거나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그러므로 그런 사진들을 보며 당시의 행복을 충분히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진을 통해 떠오르는 슬픔과 아픔의 기억이 있다면 그 상처에 조금 더 집중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목표는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이제 어린 시절의 여러분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입니다. 상처받고 힘들었을 당시의 여러분에게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과 위로를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어린 시절의 여러분이 부모님, 선생님, 선배, 또래 등 상처를 준 사람에게 편지를 써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 지나친 감정이입으로 인해 나쁜 말을 쓰기보다 여러분의 상처받은 마음을 전하는데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다섯 번째, 선언문을 작성하고 낭독하시기 바랍니다. "넌 학교에서도 너의 모습 그대로 생활할 수 있었으며 결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아. 널 진심으로 도와줄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좋은 성장과정이야. 그리고 네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 남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나쁜 일이 아니라면 언제나 네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다른 사람과 달라도 상관없어. 난 있는 그대로의 널 사랑한단다.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으면 나에게 말해줘.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어 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반드시 너와 같이 있을 거야. 사랑한다."
여러분이 쓰고 읽으면서 발견한 상처받은 내면 아이에게 가장 적절한 선언문을 작성해서 읽어 주시면 됩니다.
끝으로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학교를 처음 입학하던 날 기분은 어땠나요? 누구와 함께 했으며 가정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이렇게 학교 입학부터 매 학년을 순서대로 떠올리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들을 회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행복해하고 있을 때 함께 웃어주시고 슬프거나 힘든 순간 어른인 여러분이 따뜻하게 다가가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린 여러분 자신에게 다가가 안아주세요. 이제 어른이 된 여러분 자신이 상처받은 내면아이에게 언제나 함께 해 주겠다고 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감정을 느끼는 대로 작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로가 되었고 힘을 얻었다면 그 감정을 그대로 기록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여러분 스스로가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위로하고 지켜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당시에 여러분께 상처를 줬던 당사자에게 사과를 받지 않아도 여러분 자신이 위로해 주고 지켜주고 안아줄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께 상처를 준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을 수도 있고 자신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거나 기억조차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모두 던져 버리고 오직 자신을 위해 상처받은 내면아이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8. 치유하기(5) : 청소년기(13세~26세)
1) 청소년기
성인이 된 우리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바라보느냐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직업을 통해 확인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프로이트가 말한 성인 정체성의 두 기둥인 사랑과 일입니다. 건강하게 성장하여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살아가야 하는 데 있어 사춘기, 청소년 시기는 정말 중요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 사춘기의 시작은 어린 시절의 끝을 알리는 것입니다. 이 시기부터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일정한 주제와 패턴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합니다.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어느 교육을 받으며 무슨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때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첫 관문이 바로 청소년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를 건강하게 보내 정상적인 청소년 시기를 통과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 발달된 자아의 힘에 달려 있으며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청소년 시기에 어떤 특별한 상황에 직면할까요? 우선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아동기의 특성도 여전히 가지고 있으면서 어른스러워지려는 의지도 있어서 두 세계 사이를 오고 가며 혼란스러움을 겪습니다. 어느 날에는 어린 시절 모습으로 부모님을 대하다가 또 어떤 날에는 처음 보는 태도를 취하며 어른처럼 화를 내기도 하고 깊은 대화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지만 이를 잘 이해하고 성숙하게 대처해 주는 부모와 어른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는 부모와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학교와 사는 지역 또래들과의 관계가 깊게 형성되어 그들과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지며 마치 인생의 전부인양 모든 에너지를 쏟기도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 시기가 지나면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되는 것도 알게 되기에 부모에게서 조금씩 거리 두기를 합니다. 이때 부모는 서운함을 느끼지 말고 이런 자녀의 행동변화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청소년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 또한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또래집단은 매우 엄격해서 자신들이 인정하지 못하는 헤어 스타일이나 옷만 입어도 놀리고 비난하고 외면해 버리고 심각한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이 시기를 견딥니다. 부모와 학교를 통해 직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결국 학업성적에 따라 서열화된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도 모호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찾아보는 과정을 포기한 채 부모님이나 선생님, 사회가 원하는 직업을 목표로 삼아 버립니다.
네 번째, 이때는 외로운 시기입니다. 아무리 많은 또래 친구들을 사귄다 하더라도 내면의 공허함을 느끼는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막 새롭게 생겨나기 시작한 추상적인 사고능력으로 인해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됩니다. 청소년기에 생기는 인지구조는 자기반성능력을 가지게 하며 인생이 무엇이며 인간이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그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솔직한 자신의 모습 속에서 한계를 발견하게 되고 조금은 힘들고 고통스럽게 나를 알아갑니다. 이런 스스로가 가진 문제들과 고민들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가지고 있고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큰 외로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또래 친구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고 중독에 의지하게 되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는 2차 성징과 함께 강력한 새로운 에너지가 출현하는 시기입니다. 성적인 충동과 호기심이 활발하게 일어나 자연스럽게 성을 탐구하게 됩니다. 생식기의 탐구는 건강한 정체성 형성에 아주 중요한데 그 이유는 성은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명료한 해답을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타인을 볼 때 처음으로 인식하고 주목하는 것이 바로 성별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성에 대한 교육 현실은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시켜주지 못하고 있으며 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환경이 조성되어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성에 대한 호기심은 아주 강력하여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왜곡된 성적 지식과 인식을 가지게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힘겨운 삶을 살게 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청소년기에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발달하고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합니다. 심한 자의식에 빠지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기도 하며 자신의 경험과 삶이 특별해서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허전함을 배우, 가수, 유명인을 우상화해서 그들에게 열광함으로써 채우려고 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아도취에 빠져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자신의 모습을 가꾸는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유행을 따르지 못하면 마치 인생을 잘못 사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리를 해서라도 유행의 흐름을 따라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주기에서 가장 격동적인 시기인 청소년기에 우리는 어느 부분에서 상처를 입을까요? 우리는 이 시기를 통과하면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반응하게 됩니다. 보호자를 자청하기도 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 역할, 착한 아이가 되려는 노력 등 상황과 현실이 원하는 역할을 감당하려고 시도합니다. 이때 역기능 가정환경과 학교에서의 문제들로 인해 역할 혼동이 와서 아직은 건강한 성인이 되기 위해 잘 양육받아야 할 청소년 시기의 내가 어른 역할을 하는 혼동을 경험하면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내 안에 자리 잡고 평생을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본받고 싶은 역할 대상도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영웅적인 모델을 흉내 내려고 시도하다가 부정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되고 심지어 범죄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어린 시절 받았던 고통과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이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합니다. 비행청소년의 폭력은 상처받고 외로운 내면아이의 분노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부모와 친밀감이 없는 자녀는 학업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린아이처럼 굴기도 합니다. 반대로 공부를 중독자처럼 하고 지나치게 어른스럽게 말하고 행동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는 자녀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가정에서 누군가의 부재가 있다면 청소년기에 들어선 자녀가 가족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삶을 힘들어하는 아빠, 엄마를 위로해 주고 그들의 분노를 멈출 수 있게 노력하면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역할을 감당합니다. 집안일, 동생 돌보는 일 등 자신이 감당하고 싶지 않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물론 부모님을 도와주는 정도는 괜찮지만 일상이 되어 버리거나 그 일들이 마치 자신에게 부여된 일처럼 된다면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은 가장 큰 비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지만 그 역할을 함으로써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며 수행하기에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제 자신의 청소년기를 떠올려 보시고 상처받았던 일, 즐거웠던 일들을 작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초등학교 시절보다 더 선명하게 많은 추억들이 기억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서한 것과 마찬가지로 즐거웠던 일, 상처받았던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만 각각 3~4가지 정도로 간추려서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가급적 자세하게 쓰되 왜곡시키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합리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 쓰시고 그 당시의 감정을 솔직하게 쓰시기 바랍니다.
다 쓰셨다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방에게 큰 목소리로 읽어 주세요. 앞에서 몇 차례 반복했기 때문에 이제는 제법 능숙해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하거나 간단하게 하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이 시기에 상처받은 일들이 가장 많을 수 있으며 자세히 기억하기에 치유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시기입니다.
세 번째로 감정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청소년기 아이에게 이제 혼자가 아니며 항상 내가 옆에서 널 도와줄 거라고 말해 주세요. 항상 함께 할 것이며 너의 고통과 아픔, 외로움을 모두 이해한다고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온 마음으로 안아주시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이번 마지막 치유하기는 조금 특별하게 진행합니다. 갓난아이 때부터 지금까지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를 진행한 모든 대상을 불러내시기 바랍니다. 갓난아이를 불러내시고 그 아이가 유아가 되는 것을 보시기 바랍니다. 유아가 학령기 아이가 되고 다시 청소년이 되는 것을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현재의 자신과 모든 단계의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함께 손을 잡고 서 있는 장면을 떠올리세요. 그들 모두를 안아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이제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 주세요. 성인이 된 여러분이 그 아이들 모두를 사랑하고 늘 함께 해주는 보호자, 새로운 부모가 되어 주겠다고 말해 주세요. 상처받은 내면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온마음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네 번째는 용서의 과정입니다. 용서는 우리가 이전과 같이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치유의 과정이며 현재의 여러분을 자유롭게 해주는 과정입니다. 이때의 용서는 감정적이거나 피상적인 과정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받은 엄청난 상처들이 인정받고 확인된 후 진정한 아픔을 위로받고 여러분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상처받은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상처를 준 그들이 상처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이해해 주고 그들을 용서함으로써 얼어붙은 슬픔에서 벗어나야 하며 깊은 분노를 일으킨 그곳에서 자유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없이는 우리는 분노를 표출하고 후회하고 다시 분노하는 무한반복적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상처받은 아이는 상처를 준 부모로부터 절대로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되기에 굴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용서는 우리의 분노를 치유할 유일한 방법이며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회복시킬 마지막 단계인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상처를 준 상대, 부모가 만약 아직 살아 있다면 어떤 식으로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받은 상처가 심각하지 않으며 상처를 준 상대나 부모가 몇 가지 단점이 있어서 상처를 주기는 했지만 훌륭한 부분이 많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더욱 돈독한 사이로 발전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잘 회복되어 상처를 준 상대나 부모와 더욱 성숙하게 새로운 형성 해서 소중한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도 많습니다. 그러나 상처를 준 상대나 부모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면 가급적 멀리 떨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상처를 주고 학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 태어난 것이지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이용당하기 위해, 상처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이 과정을 차분하게 끝까지 해내셔서 부디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잘 치유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도 꼭 혼자서라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생각이 달라지고 마음가짐이 변화되며 회복의 경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여러 상담자들에게 상담을 받아보았지만 이렇게 어린 시절에 상처받은 나를 위로해 주는 상담은 경험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담을 시도하는 상담사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신 분이라면 이런 치유의 상담을 하는 상담사를 찾아가시거나 혹은 상담사에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처받은 내명아이를 이해해 달라고 요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상담비용이 부담이 되신다면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보시고 혼자서라도 꼭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도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한 번으로 치유가 완벽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상처받은 내 안의 나를 위로해 주고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려고 노력합니다. 몸의 건강도 잘 챙겨야 하지만 모든 병은 마음에서부터 온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 것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됩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진심으로 치유되어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늘 행복하시고 다음 책에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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