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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리뷰

칼세이건의 코스모스(4): 천국과 지옥

by onyuan 202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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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는 천국일까? 지옥일까?

  우리의 인생을 기준으로 하면 천국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지진과 해일, 태풍, 쓰나미, 집중호우 등으로 안전하지 못한 지구를 경험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전한 삶을 산다. 칼세이건은 인간에 의한 전쟁과 정치적 분쟁, 폭력은 제외하고 얘기한다. 이에 반해 지구의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세상이 온통 풍비박산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100만 년, 1000만 년을 두고 지구를 보면 대재앙이 필연적으로 발생했었다. 여기서 우리는 우주를 통해 오는 재앙을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행성간충돌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 과거 45억 년의 역사를 통해 수백만 개의 소행성과 혜성들이 지구와 충돌했다. 혜성은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순수한 물의 결정체는 아니고 물과 메탄, 암모니아 등의 혼합물이 결빙된 것을 총체적으로 얼음이라고 지칭한다. 혜성은 지구와 충돌하면 대기권에서모두 녹아 증발하기 때문에 지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엄청난 충격파를 발생시켜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태워 버린다. 이러한 사건이 실제로 1908년 중앙시베리아의 한 오지에서 일어났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2000제곱킬로미터의 숲이 모두 납작하게 밀렸으며 수천 그루 나무가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이를 퉁구스카 사건이라고 한다.

  혜성은 인류에게 공포감과 함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물체였으며 역사에도 많은 기록으로 남아있다. 중국의 회남자라는 책에는 기원전 1057년 주의 무왕이 은의 주왕을 공격할 때 핼리 혜성이 언급했다. 유명한 역사학자 요세푸스의 기록에도 66년 예루살렘 상공에 1년 동안 칼이 드리워져 있었다고 되어 있다. 아마도 66년 출현한 핼리를 두고 기록한 것이 아닌가 싶다. 16세기 케플러는 혜성이 바다 속 물고기처럼 우주를 헤엄쳐 다닌다고 서술하였으며 데이비드 흄은 행성은 별들의 생식세포이자 별의 탄생 전 정자나 난자라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뉴턴은 혜성을 발견하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날이 많아 병이 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뉴턴은 열심히 관찰한 끝에 혜성도 행성처럼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뉴턴의 친구 에드먼드 핼리가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했던 혜성들이 모두 같은 혜성으로 76년마다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 혜성을 그의 이름을 따 핼리 혜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혜성의 핵의 대부분은 지름이 1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눈 덩어리로서 사람이 굴릴 수 있다면 대굴대굴 굴러갈 수 있을 정도로 구에 가까운 형상이다. 혜성의 핵은 태양의 열을 받아 증발하기 시작하고 태양풍 때문에 먼지 조각과 얼음이 혜성 핵의 뒤편으로 밀려나가 꼬리를 만든다. 행성들은 태양의 주위의 타원 궤도를 따라 운동하는데 혜성은 길쭉한 타원을 그린다. 그 이유는 행성들이 태양계의 고참, 먼저 생성되었고 혜성은 신참내기들이기 때문이다. 행성들이 자리를 잡고 태양을 돌고 있는 상황에서 혜성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혜성은 목성이나 토성의 인력을 받으면 궤도의 모양과 방향이 바뀐다. 대략 100년에 한 번 정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퉁그스카 사건과 같은 충돌은 대략 1000년 마다 발생하며 비교적 큰 혜성과의 충돌은 10억 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혜성들과 운석공들의 개수는 충돌이 진행되면서 감소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충돌은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태양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후 혜성과 행성간의 충돌은 무수히 많이 발생했으며 태양계를 면밀하게 탐사하게 된다면 수성부터 해왕성, 그리고 위성들의 표면에 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며 그 흔적들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증언해 줄 것이다. 

  화성과 목성의 궤도 사이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소행성들이 떠돌고 있다. 큰 것은 지름이 수백 킬로미터에 이른다. 소행성들이 뒤엉켜 궤도를 돌다보니 충돌도 잦은데 충돌 시 파편이 발생하고 이 파편이 지구로 떨어지며 운석이 되기도 한다. 우리와 가장 닮은 행성, 금성은 전체가 고온 상태이며 숨 막힐 듯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도 대재앙에 따른 파괴의 흔적들은 예상대로 존재한다. 번개 또한 지구와 목성에서처럼 요란하게 친다. 가까운 금성과 화성, 달까지도 충돌의 흔적은 역력하며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아주 연약한 행성, 지구에 살고 있는 것이다. 여러 이유로 대멸종이 있어 왔으며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짧은 순간 천국에서 머물고 있지만 전체의 역사를 보면 지옥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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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세이건은 이번 장에서 행성간의 충돌을 통해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화산, 지진, 태풍, 해일, 등 지구 자체적 자연현상도 일어나지만 대부분 국지적으로 끝난다. 하지만 행성, 혜성과의 충돌은 지구 전체가 파괴될 수 있는 만큼 이에 주목한 것 같다.  아름다운 지구, 하지만 작고 연약한 지구. 그래서 스티븐 호킹은 생전 강의에서 연약한 지구를 떠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겨야 하며 우주로의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곳에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며 이곳에서 영원히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생명체인 인간이 참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구나 싶다. 인간이 왜 지구를 떠나면서까지 우주에서 생존해야 할까? 우리의 자손들이 우주를 유랑하며 또 다른 경험을 해야 하는가? 엄청난 위험을 무릎쓰고... 물론 과학기술의 무한한 성장으로 제법 안전하게 우주를 여행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런 상상까지는 너무 멀게 느껴져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지구가 다시 빙하기로 접어들고 대멸종의 시기가 초래할 때 인간이 살아남아 지구의 역사를 생생해 기록할 수 있을까? 이런 역사를 경험한 인간은 어떻게 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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