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황금시간대에 열린 경기이기에 축구팬이라면 대부분 시청했을 것이다. 축구의 매력은 이변이지 않겠는가? 둥근 공이 선사하는 이변이 또 일어났다. 36경기 무패의 아르헨티나가 무너졌다. 전반전은 아르헨티나의 손쉬운 승리를 예감하게 했었다. 패널티킥을 얻은 아르헨티나에는 메시가 있었다. 최고의 공격수는 패널티킥 실축을 자주하는데 메시는 차원이 다른 선수인가. 파워와 속도로 골키퍼의 반응속도를 꼼짝 못하게 하는 강력한 슛팅은 괜한 힘만 빼는 것인양 골키퍼의 움직임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골키퍼 반대편으로 툭 찬다. 월드컵에서... 그것도 자신의 마지막이 될 무대에서... 어떻게 저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자신감은 오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그의 플레이를 직관할 수 있는 동시대를 살아 행복했다고 말할 것 같다.(나에게는 마이클 조던과 함께)
패널티킥 이후로도 파상공세가 이어졌고 종이 한 장 차이로 오프사이드를 당해 골 인정을 못 받게 되는 상황들이 이어졌다. 송곳처럼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별다를 것 없는 플레이가 진행되다가 상대의 헛점이 노출되면 정말 무서운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이유가 그 부분, 매서운 공격력이지 않을까?
자, 그러나 이제 사우디의 놀라운 경기력이 폭발하는 후반전.
후반 3분 만에 알세흐리가 모두를 침묵시키는 동점 골을 성공시켰다. 탄탄한 조직력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을 무력화시키더니 드디어 골을 넣었다.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인 5분 뒤 알 도사리의 멋진 역전 골이 작렬한다. 관중과 시청자들은 모두 놀라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나는 입이 정말 떡하니 벌어졌다. 이럴수가.... 설마, 설마 했지만... 이게 실화냐?
사실 나는 순간 놀라기는 했지만 그동안 아르헨티나가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러움만 안겨줬기에 질만도 했다. 지난 월드컵 때도 그랬고 남미 예선 때도... 메시가 있어 세상 주목을 다 받았지만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경기들도 많았다. 수퍼스타가 있는 팀이 가진 숙제인가? 오죽하면 이번 포르투칼 역시 호날두가 뛰는 것이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선수들이 수퍼스타를 의식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부분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이번 경기에서도 유독 골대 앞에서 메시를 찾고 약간 억지스럽게 메시에게 연결하려는 장면이 몇 차례 포착되었다. 메시의 은퇴와 함께 아르헨티나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 예전 우승후보 다운 멋진 팀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또한 사우디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몇 차례 찾아오지 않은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았으며 조직력에 강인한 정신력이 더해져 끈질긴 수비로 아르헨티나를 막아냈다. 9명이 한 팀 소속이라는 장점을 잘 살린 경기였다. 게다가 카타르에 이어 이란까지 한계를 인정해야 할 것만 같은 경기력으로 아시아 팀들이 패했었기 때문에 사우디의 이변을 한국에게도 큰 희망을 던져주었다. 사우디... 2002년 때의 한국처럼 기적을 쓰기 시작한 것인가?
두 번째 경기는 덴마크와 튀니지의 경기.
앞 경기의 충격 때문일까. 이 경기는 좀 평범한 프로리그 전을 보는 기분이었다. 막상막하의 두 팀이었기에 중원 다툼이 치열한 반면 골은 나오지 않았다. 날카로운 순간, 함성과 탄식을 자아낼 퍼포먼스도 잘 나오지 않았다. 물론 두 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을 것이며 그랬기에 백중세의 경기가 펼쳐진 것이리라.
전반은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튀니지 선수들은 정말 아쉬워 할 것 같이 튀니지가 우세했다. 위협적인 순간들을 덴마크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냈다. 그러나 결정력이 부족했다. 우세할 때 골을 넣지 못하면 위험이 닥친다고 후반 들어 덴마크 선수들이 힘을 냈다. 낯선 환경과 첫 경기의 긴장이 해소된 것일까. 전반과는 다르게 왜 덴마크가 유럽 예선을 통과했는지를 증명하려는 듯 좋은 장면들을 많이 연출했다. 그리고 후반 연장 93분 절체절명의 순간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페널티 박스에서 튀니지 선수의 팔에 공이 닿았다. 100% 페널티킥이 선언되리라 생각했는데 인정되지 않았다. 두고두고 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의가 아니기는 했지만... 저런 경우 대부분 페널티킥 선언이 나오지 않나?
이렇게 큰 아쉬움을 남기고 무승부로 끝났다.
세 번째 경기는 우리나라와 같이 월드컵 단골 손님 멕시코, 폴란드의 대결.
체격차이가 많이 나는 경기였다. 프로 팀과 대학 팀? 대학팀과 고등학교 팀 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 폴란드 선수들이 멕시코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장면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다보니 몸싸움에서 폴란드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멕시코가 경기는 주도했다. 탄탄한 조직력과 빠른 발, 정확한 패스와 슛팅으로 좋은 그림을 많이 만들어냈다. 운이 조금만 따라 주었다면 손쉬운 승리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좋은 슛팅이 골로 연결은 되지 않았다. 우세한 체격조건의 폴란드 수비가 잘 버텨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전반이 끝나고 우세한 분위기에서 결정을 짓지 못한 멕시코에 날벼락같은 상황이 후반들어 찾아왔다. 바로 페널티킥 선언. 대놓고 팔에 맞아도 선언되지 않았던 페널티킥 선언이 이 경기에서는 나왔다. 심판이 누구냐에 따라 정말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는 축구 경기. 그렇다. 이마저도 경기의 일부이며 축구의 묘미 아니겠는가?
어깨 다툼에서 레반도프스키가 선점했고 체격에서 열세를 보인 멕시코 수비의 발이 무리하게 막으려 했다는 판단. 멕시코는 절망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폴란드에는 득점기계라고 불리는 레반도프스키가 있기 때문이다. 메시처럼 손쉽게 넣지 않을까 했는데 멕시코에도 기적을 꿈꾸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오초아였다. 사실 페널티킥에서 골키퍼가 막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걸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무대,,, 그것도 첫 경기에서... 해내다니... 득점기게 레반도프스키의 실축도 아닌 슛을... 정말 놀라웠고 이후 난 멕시코를 응원하게 되었다. 체격의 열세를 안고도 이렇게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 극적인 실점 상황도 이겨낸 멕시코.... 하지만 사우디처럼 한 번 찾아온 기회를 골로는 연결하지 못해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앞으로 두 팀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무승부는 곧 치열한 순위경쟁을 예고 하기에 뒷 경기가 더욱 거칠어질 것 같다.
마지막 경기는 프랑스 대 호주.
프랑스 역시 우승 후보인만큼 호주가 얼마나 선전해줄까? 사우디처럼 아시아 티켓 국가인 호주가 이변을 만들어 낼까? 아니면 이란처럼 확실한 경기력 차이를 실감하며 패할까?
프랑스의 멤버는 정말 최정상급이기에 초반 밀어붙이는 장면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쇳소리가 났고 나 역시도 두 눈을 의심했다. 전반 9분 호주가 굿윈의 멋진 한 방으로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깔끔한 슛팅... 호주도 사우디에 이어 이변의 주인공이 된단 말인가? 우리 나라의 기대감이 더욱 올라갔다. 야호~~~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물론 잘 찬 중거리슛이 골대를 살짝 비껴갔는데 그게 골인이 되었다면... 헤딩슛이 프랑스 골대를 맞고 골인이 되었다면 정말 기적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 두 번의 상황은 호주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프랑스는 돌파에 이은 슛보다 크로스에 이은 슛 기회를 노렸고 이것이 정확하게 배달되어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역전을 했다. 라비오와 지루의 헤딩 공... 예전 지단이 헤딩 골 2방으로 브라질을 침몰시켰던 게 기억났다. 이변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구나...
후반 들어서도 확실한 실력차이를 보이며 프랑스가 호주를 압도했다. 기막힌 지루의 가위차기 슛은 속이 다 후련해질 만큼 멋졌다. 프랑스의 주축이 된 음바페의 골과 지루의 추가골까지... 호주는 거기까지였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어느 나라 선수든 어릴 때부터 축구 시작 안 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비슷한 체격과 비슷한 속도, 비슷한 세월 동안 연습해 왔는데 왜 이렇게 차원이 다른 경기력이 나올까? 약간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드는 것인가? 그 약간의 차이를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 ...
모든 선수들 앞으로도 부상없이 좋은 경기 했으면 한다.
(한 선수가 얼굴을 가격당해 실려 나갔는데 괜찮은지... 부상이 심해 보였지만 엄지를 들고 남은 선수들에게 응원하는 모습은 가슴을 찡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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